“초희는 책을 통해 꿈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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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는 책을 통해 꿈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 남진원
  • 승인 2017.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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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어느 날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책들이 있었다. 도가(노자, 장자의 학설을 받드는 사람들 또는 무리)의 경전들이었다. 초희가 꿈꾸던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무한한 상상력과 자유를 주었다. 모든 사람과 사물은 평등에서 출발한다. 높은 곳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 이를수록 더욱 높아진다는 말은 귀를 날카롭게 해주는 말들이었다.
도가의 경전을 접하면서부터 초희는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었다. 신선세계에서는 여자도 능력이 있으면 벼슬도 한다. 그 책들은 자유와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여 주었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들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게 제일 보람 있는 일이었다.
전설의 나라로 알려진 요, 순 시대(중국 전설상의 임금인 요 임금과 순 임금 시대 나라를 잘 다스린 태평한 시절을 말함)의 임금도 만났다. 초희는 벗어나고 싶었다. 훨훨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었다.
이때부터 초희는 꿈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었다. 신선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신선세계에서는 못 이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곡 오라버니는 열두 살 위였다. 성품이 곱고 자상하였다. 특히 동생 초희를 누구보다 귀여워하고 예뻐하였다. 하곡 오라버니와 같이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 오라버니는 몰래 글도 가르쳐주었다. 또 시를 읽고 배우도록 하였다.
수많은 중국의 시문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하곡 오라버니 덕분이다. 하곡 오라버니는 초희의 어깨에 눈부신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초희는 한동안 서재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몰랐다.

난초 꽃은 참 예쁘다.
며칠 사이에 봉오리만 보이더니 꽃향기가 은은히 퍼진다. 하얀 꽃잎이 다소곳하다.
난 잎이 창가에 하늘거린다. 그림자가 더욱 마음에 든다. 난은 은근히 사람을 끌어당긴다.
난은 아주 아름답고 향기가 진하다. 그리고 휘어지지만 꺾이지 않는다. 가냘프지만 꿋꿋해서 좋다.
초희는 난초의 꽃잎도 좋았지만 겨울에 내리는 눈도 좋았다. 더럽혀지지 않은 하얀 모습이 너무 깨끗하다. 자신의 호를 난초에서 따 오고 겨울 눈에서 또 하나 가져와 ‘난설헌’이라 지은 것이 자랑스러웠다. ▷다음호에 계속

남진원<강원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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