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귀(배고픈 귀신)에게 쫓기던 새가 있었다. 새는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젊은이를 발견하였다.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이며 젊은이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젊은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 새를 품에 안았다. 아귀는 배가 고파 부지런히 새를 쫓아왔다. 그러나 그 새는 젊은이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었다.
아귀는 아주 무서운 목소리를 내어 젊은이를 위협했다.
“그 새를 내놓아라!”
그러나 젊은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불쌍한 이 새를 죽일 수 없다. 더욱이 나에게 구원을 청한 새를 네게 내 줄 수는 없지.”
젊은이의 말을 들었지만 아귀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귀는 계속 새를 내놓으라고 말했다. 젊은이는 “차라리 새의 무게만큼 내 살을 떼어가라.”라고 말했다. 아귀는 “하는 수 없군.” 하고 돌아갔다.
얼마 후에 아귀가 다시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양팔저울이 들려 있었다. 그렇다면 네 살이라도 베어가야겠어.” 하고 말했다. 아귀는 저울 한 쪽에 새를 올려놓고 다른 한 쪽에는 선비의 허벅지 살을 베어 올려놓았다. 그런데 저울은 새 쪽으로 기울었다. 아귀는 선비가 피를 줄줄 흘리는데도 또 살을 베어 올려놓았다. 새의 무게 보다 더 많은 살을 베어 올려놓았는데도 저울은 새 쪽으로 기울었다.
나중에는 그 선비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저울 위에 올라앉아 외쳤다.
“자, 아귀야! 날 잡아가거라. 그러나 이 약한 새는 안 돼.”
그 순간이었다. 아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며 아름다운 꽃잎이 휘날리고 있었다.
남진원<강원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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