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주먹밥과 짚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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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주먹밥과 짚신
  • 남진원
  • 승인 2017.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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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20년대. 이곳은 중국의 길림성 부근. 조선의 젊은 사람들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압록강을 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멀리 불빛이 보였다.
“여보게, 저기 웬 불빛이 저리 환한가?” “글쎄, 집이 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압록강을 넘은 두 젊은이는 밤에 깊은 산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불기둥이 솟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상하게 여긴 두 젊은이는 불길이 솟는 곳을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불길이 솟던 곳에 다다르니 불길은 간 데 없고 조그만 암자 같은 집이 나왔다.
“계시오? 지나가던 사람들입니다.” 잠시 후에 노인 한 분이 나오셨다.
“뉘시오? 그리고 여기는 어쩐 일이오?” “멀리서 보니 이 집에서 불빛이 치솟아 이곳까지 왔소이다.” 노인은 껄껄 웃으면서 들어오라고 하였다.
“노인장께선 혼자 이곳에서 사시는지요?”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며 지내지요. 마침 주먹밥을 만들던 참이오. 배고플 터이니 젊은이들도 자셔 보시구려.” 노인은 주먹밥을 내놓았다. 젊은이는 시장하던 터라 주먹밥을 받아 맛있게 먹었다. 주먹밥을 먹으면서 둘러보니 짚신도 많이 보였다.
“저렇게 많은 짚신은 삼아서 뭘 하시려는 게요? 주먹밥은 또 누가 먹는다고 많이 만드시오? 이곳에서는 장사도 되지 않을 터인데….” “그대들처럼 지나가는 길손에게 대접하려는 것이오. 그게 이 무식한 노인에게는 보람 있는 일이지요.” 노인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예사 노인이 아니라고 짐작했다. 노인은 한참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조그만 힘이 되고자 한 것뿐이오.” 그 말을 들은 젊은이들은 크게 감동했다. “이처럼 훌륭한 어르신이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도 나라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넘어왔다고 하였다. 다음 날 일찍 젊은이들은 노인이 마련해 준 짚신을 신은 후, 주먹밥을 받아들고 길을 떠났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떠난 다음 곧바로 짚신과 주먹밥을 싸 들고 길을 나섰다. 국경을 넘어오는 길목에 가까이 오자 노인은 주먹밥을 길옆에 가지런히 펼쳐놓았다. 그리고 짚신도 가지런히 두고 돌아섰다. 노인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그 후 이 마을에는 신비한 소문이 돌았다.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주먹밥과 짚신을 두고 가는 신선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남진원<강원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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