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사라지면 희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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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사라지면 희망도 없다
  • 김기섭
  • 승인 2017.03.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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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반대가 있기에 존재, 장단점 공유
토론의 실종은 죽은 사회로 가는 지름길
토론이 있는 사회는 건강하고 희망 있다

토론은 필요할까요.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이 물음에 대해 저는 대답 대신 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입니다. 혹시 읽어 보셨나요? 이 책은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낸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풍자소설입니다. 여러 번 읽어봐도 흥미있고 매번 전하는 의미가 새롭습니다.
 때로는 소름이 돋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나폴레옹을 위시한 돼지들 때문입니다. 돼지의 우두머리인 나폴레옹은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농장에서 인간들을 몰아냅니다. 동물들은 인간들의 착취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세상을 맞이한 것에 환호합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들의 자유는 곧 억압을 받습니다. 나폴레옹 일당이 이들의 꿈을 산산이 깨버립니다. 나폴레옹이 인간들과 똑같이 동물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 겁니다. 성가신 라이벌을 쫓아내고, 법을 함부로 바꾸는 불의를 저지릅니다.
 그런 나폴레옹 일당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기 전에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일요일 아침마다 열어온 동물들의 모임을 중지시킨 겁니다. 이날은 토론을 통해 중요 사항을 결정해 왔는데, 이것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토론은 불필요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며 말이죠.
 대신 나폴레옹 일당은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를 내립니다. 그리고 모든 회의는 비밀리에 하고 결정사항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연히 동물들은 이 발표에 실망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이 거느리는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노려보며 위협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나폴레옹과 그 일당은 동물들에게 끝없는 충성과 복종을 강요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끔찍한 공개 처형을 일삼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토론이 사라진 동물농장의 비극적인 모습입니다. 토론의 실종은 곧 나폴레옹의 독재정치로 이어진 겁니다. 만약 동물들이 ‘노(NO)’라고 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함부로 하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입니다.
 이 대목을 보면서, 토론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게 됩니다. 누군가가 우리들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어떨까요. 그 일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라면요. 속상하거나 불쾌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할까요?
 토론을 한다는 것, 토론의 자리를 만든다는 건 그것이 어떤 의견이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걸 뜻합니다. 일종의 통로와 같은 거죠. 그런데 통로가 막힌다면 어떨까요.
 토론에는 찬성과 반대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 의견이 없다면 토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찌 보면 토론은 반대가 있기에 토론이 존재합니다. 어떤 일, 어떤 문제를 논의할 때 찬성하는 입장도 들어보고 반대하는 주장도 들어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장단점을 공유하게 되고 비로소 균형 있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토론이 실종되었다면 어떨까요. 이러한 상식적인 과정이 생략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누구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누구는 그 때문에 억울해하고 눈물을 흘릴 겁니다. 불행한 일이죠.
그래서 토론의 실종은 불행하고 죽은 사회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토론이 필요한가요’에 대한 물음에 답이 되었나요? 토론은 서로 나누는 일입니다. 이 나눔을 통해 최선을 찾는 방법입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토론이 사라진『동물농장』이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토론다운 토론이 살아 있는 사회는 희망의 사회입니다. 나와 우리, 이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니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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