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질문을 안 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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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질문을 안 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
  • 김기섭
  • 승인 2017.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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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려면
필요한 질문 방법 가르쳐줘야

∇풍경 하나
지난 2010년 9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의 일입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을 한 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말합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누구 없나요?” 침묵이 흐르자 오바마가 말합니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 청중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자 오바마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니라 중국 기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는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요청드렸어요”라고 말하며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합니다. 그러자 중국 기자가 다시 묻습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제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오바마는 “그건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나요?”라고 두 차례 묻습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오바마는 난감한 듯 웃고는 결국 질문권을 중국 기자에게 건넵니다.
∇풍경 둘
지난 2월 23일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는 9∼19세 학생 3,429명을 대상으로 언어문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1주일 동안 질문을 3회 이하로 하는 학생이 과반인 58.4%에 달했습니다. 질문을 단 한 번도 안 하는 학생은 16.2%였습니다. 반대로 질문을 10회 이상 하는 학생은 18.3%였습니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학생들의 침묵은 더 깊어졌는데, 초등학교 4학년에서 5.6%였던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27.9%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우리는 ‘침묵은 금’이라고 배웠습니다. 정말로 침묵은 몇 백 몇 천의 말보다 귀할 때가 많습니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그런데 배움의 현장인 교실에서는 어떨까요. 선생님과 학생이 침묵을 금처럼 여긴다면? 이럴 땐 침묵이 수업 분위기를 무덤(?)으로 만듭니다.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수업이 재미없습니다. 답답하기는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질문을 안 하는 걸까요, 질문을 못 하는 걸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 질문을 요청했을 때 침묵한 건 세계인에게 침묵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이 돌발적인 행동이어서 갑자기 입이 얼어붙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저는 학교에서 질문하는 훈련을 받지 않아서,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의 발표는 이 점을 보여줍니다. 3회 이하로 질문하는 학생이 10명 중 여섯 명이고, 갈수록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겁니다.
왜 질문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초등학생들은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와 ‘창피당할까 봐’를 꼽았다는 겁니다. 중학교 2학년이 넘어서면 ‘관심과 흥미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인을 알면 이미 답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 질문을 못 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수업 앞뒤로 질문 목록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학생 스스로 뽑아보도록 하는 거죠. ‘창피당할까 봐’ 질문 못 하는 학생을 위해서는 선생님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어떤 질문이든 다 의미가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질문하는 학생에게 1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상을 주는 겁니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선생님에게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10분씩 질문을 준비하고 질문 시간을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질문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교사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선생님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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