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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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 남진원
  • 승인 2017.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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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조나라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조나라 혜문왕은 천하제일의 보물인 화씨벽(옥으로 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진나라 소양왕이 자기의 성 15개와 바꾸자고 하였다. 혜문왕이 아주 난처해하자 환자령 벼슬에 있던 류현은 인상여를 왕에게 소개하였다. 인상여는 말했다. “신이 구슬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겠습니다. 성이 조나라로 들어오면 구슬은 진나라에 주고 그렇지 않으면 구슬을 온전하게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인상여는 진나라로 떠났다.
그 일이 성공하여 인상여는 구슬을 가지고 무사히 조나라로 돌아왔다. 조나라 혜문왕은 그를 공을 높이 사서 재상급의 높은 벼슬을 주었다. 이일로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공울 세운 염파가 불만을 나타냈다. “나는 수도 없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공을 세웠는데 한낱 구슬을 안전하게 가져온 인상여란 자가 내 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다니?”
염파는 인상여를 미워하며 만나면 늘 죽이려고 하였다. 이를 알게 된 인상여는 염파를 만나면 숨고 한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을 피했다. 이 모습을 본 인상여의 부하들은 겁 많은 대감을 모시는 게 창피하다며 화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인상여가 부하들에게 물었다.
“염파가 더 무서우냐, 진나라 왕이 더 무서우냐?”
“그야, 진나라 왕이 더 무섭죠.”
“나는 진나라 왕을 꾸짖고 그 부하들에게 호통까지 쳤다. 내 어찌 염파를 무서워하겠느냐? 다만 나와 염파가 내가 서로 미워하며 싸운다면 둘 중에 누구 하나는 죽어야 하는데 그때 제일 좋아하는 자가 누구겠는가? 진나라 왕이다.
그는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있으니 쳐들어오지 못한다. 만약 둘 중에 하나가 없어진다면 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 조나라를 칠 것이다.” 그때서야 인상여의 깊은 뜻을 알게 된 부하들은 그를 더욱 존경하였다. 나중에 그 말을 듣게 된 염파는 자신의 생각이 좁았던 것을 반성하고 가시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등에 묶고 인상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벌을 내려달라고 하였다.
인상여는 염파를 부축하여 일으키고 “부족한 저를 찾아오는 장군의 인품이야말로 진실로 뛰어나오. 내 오히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소”하고 말하였다. 염파는 “나는 이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대감과 생사를 함께 하겠소” 하며 다짐하였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마음을 변치 않겠다는 친구와의 우정을 나타내는 말’로 ‘문경지교’라는 말이 생겼다.
남진원<강원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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