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리더 세종임금, 토론실력은 질문에서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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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리더 세종임금, 토론실력은 질문에서 나왔죠
  • 김기섭
  • 승인 2017.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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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즐기는 군주, 세종대왕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의견도 경청해 나랏일에 반영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명령… 구체적인 답으로 돌아와
호기심으로 시작해 인류 최고걸작 훈민정음 만들어

유태인의 학교 수업에는 질문이 많습니다. 이들이 수업시간에 자주 하는 질문이 ‘마타호셰프’입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들어보았을 하브루타 토론은 질문에서 시작하여 질문을 끝납니다. 유태인이 노벨상을 휩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질문과 토론하는 습관, 이 두 가지가 그 비결이라는 겁니다.
역대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 토론을 자주 한 임금은 누굴까요? 맞습니다, 세종대왕입니다. 그는 신하들로부터 이렇게 불리곤 했습니다. 토론을 즐기는 군주라고 말이죠. 얼마나 토론을 많이, 그리고 자주 했으면 이렇게 불렸을까요. 그에 대한 답은 『세종실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종 임금이 왕의 자리에 막 올랐을 때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대통령 취임식입니다. 그는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신하들을 잘 모르니 “의논하겠다”고 말이죠. 신하들의 의견을 들어 정치를 하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발표한 거죠. 이 같은 세종의 약속은 지켜졌을까요? 대답은 ‘네’ 입니다. 임금의 자리 오른 순간부터 돌아가신 32년 동안 세종은 토론으로 나라를 다스립니다. 신하들의 의견을 듣고 나랏일에 반영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죠.
물론, 세종의 뜻에 반대하는 신하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멀리 하지 않았고 가까이 두고서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그들의 비판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세종의 신하 중에 황희 정승과 쌍벽을 이루던 신하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허조입니다. 쓴소리를 잘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죠.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를 닮았습니다. 그는 사사건건 세종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나 세종은 허조가 반대할 때마다 귀담아들었습니다. 화가 날 만도 한데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하다 싶으면 딱 한 소리를 합니다. “허조는 고집불통이야” 하고 말이죠. 세종은 허조가 말한 문제점을 해결한 뒤 정책을 펴 나갔습니다. 많은 업적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신하들과 토론하고 상의하면서 문제를 풀어간 거죠.
그렇다면 세종 임금의 토론 실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세종은 질문에 능숙한 임금이었습니다. 아래의 예화는 그 점을 잘 보여주는데, 때는 세종 22년(1440년) 1월 30일입니다. 제주도 안무사인 최해산이라는 신하가 제주에 용이 나타났다고 급히 보고를 합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정의현(旌義縣)에서 다섯 마리의 용이 한꺼번에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의 용이 도로 수풀 사이에 떨어져 오랫동안 빙빙 돌다가 뒤에 승천했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세종 임금은 깜짝 놀랍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임금은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최해산에게 즉시 명을 내려 자세히 보고하라고 이릅니다. 그런데 그 명령이 세밀하고, 구체적입니다. 한 번 볼까요.
“용의 크고 작음과 모양과 빛깔과 다섯 마리 용의 형체를 분명히 살펴보았는가. 또 그 용의 전체를 보았는가, 그 머리나 꼬리를 보았는가, 다만 그 허리만 보았는가. 용이 승천할 때에 구름의 기운, 천둥과 번개가 있었는가. 용이 처음에 뛰쳐나온 곳이 물속인가, 수풀 사이인가, 들판인가. 하늘로 올라간 곳이 사람 사는 인가(人家)에서 얼마나 떨어졌는가. 구경하던 사람이 있던 곳과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용 한 마리가 빙빙 돈 것이 오래 되었는가, 잠깐이었는가. 같은 시간에 바라다본 사람의 성명과, 용이 이처럼 하늘로 올라간 적이 그 전후에 또 있었는가와, 그 시간과 장소를 그 때에 본 사람에게 방문하여 아뢰도록 하라.”
임금은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붓습니다. 얼마나 용에 관해 관심이 많았으면 그랬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명을 받은 제주 안무사는 다시 조사하여 보고서를 올립니다. “시골 노인에게 물으니, 지나간 병진년 8월에 다섯 용이 바다 속에서 솟아 올라와 네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간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구름 안개가 자우룩하여 그 머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한 마리의 용은 해변에 떨어져 금물두(今勿頭)에서 농목악(弄木岳)까지 뭍으로 갔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일더니 역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라고 하면서 “이것 외에는 전후에 용의 형체를 본 것이 없습니다”라고 보고합니다.
세종의 질문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묻고 그 내용을 올린 겁니다. 구체적인 질문이 구체적인 대답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세종은 일을 할 때 항상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신하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조선판 달력 칠정산, 훈민정음 등은 이러한 호기심어린 질문에서 탄생한 인류 최고의 걸작입니다. 왜 조선은 중국과 다른데 똑같은 달력을 써야 할까, 중국 한자와는 다른 우리만의 문자는 없을까. 이런 질문이 ‘칠정산’과 ‘훈민정음’을 만들게 한 힘이 된 겁니다. 토론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질문으로 끝납니다. 세종은 질문으로 토론을 이끌었고, 토론을 통해 많은 업적을 세웁니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겁니다.
여러분은 질문을 자주 하나요. 저는 여러분이 세종처럼 질문을 즐기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질문은 또 질문을 낳고 나아가 창의적인 성과로 이어지니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도 노벨상이 이어져 나오고, 세종처럼 위대한 리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어려운 일을 하는 가장 빠른 길은 단 하나입니다. 수업시간에 질문하고 토론하는 겁니다. 그것도 활기차게. 한 번 도전해보세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 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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