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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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목표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0.12.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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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미 학부모(양구초 1-장미 박성찬 어머니)
“성찬아 , 얼른 일어나.

더 자면 학교 늦는다.”

오늘도 아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하루를 연다.

간신히 실눈을 뜨는 아들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하며 등도 긁어주고 다리도 주물러 준다.

‘하룻밤 새 또 자랐나?’

그새 다리가 더 길어진 것 같다.

이제는 엄마가 혼자 안아주기도 버거울 정도로 자라버린 우리 아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눈물 많고 마음이 여린 녀석이 어떻게 학교를 다닐까 싶었는데, 그래도 학교 가기 싫다 짜증 한 번 안내고 집을 나설때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며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아직 엄마에게는 응석을 부려도 될 만한 8살 꼬마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금세 어른이 된 것 같다.

나는 우리 성찬이에게 최고의 엄마가 돼주고 싶었다.

그럴 자신도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엄마의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조력자로 함께 하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15개월 된 동생 때문에 이제는 ‘형’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혼자 해내야 했다.

엄마의 사랑이 둘로 나뉘게 되어 많이 미안하지만 우리 큰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그저 학교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만 했으면 했다.

그러나 이제 이 겨울만 지나면 2학년으로 올라가니 엄마는 조금씩 욕심이 생긴다.

아니, 벌써부터 가지고 있던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독서는 기본이니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저학년 때는 체험을 많이 해야 하니 방학 때는 여행을 많이 가야 한다.

체력도 좋아야 하니 운동도 잘하고 이왕이면 공부도 잘하고 예의도 바른 아이가 되어야겠지.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런 완벽한 아이를 꿈꾸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 갔다 오면 날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며 숨바꼭질 등을 하며 온 종일 놀았다.

지금처럼 컴퓨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즐거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학원이며 학습지며 모든 선택권을 가진 엄마로 인해 즐거운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하는 건 아닌가 내심 걱정이 된다.

오늘도 변함없이 엄마는 일찌감치 숙제를 마친 아들에게 방정리도 하고 책가방도 좀 챙기고 책상에 낙서 좀 지우라고 얘기한다.

모두가 잠든 밤, 아들의 방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나, 가방은 잘 챙겼나 볼 겸, 성찬이의 책상에 앉아보았다.

‘음, 방은 잘 정리해 놓았네.

그런데 책상에 낙서는 지우지 않았군, 요녀석!’

아들의 책상을 닦고 있는데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작은 메모가 있었다.

삐뚤빼뚤한 아들의 글씨.

책상 한 구석에 붙여 놓은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의 목표는 가족의 행복.’

“아! 그랬구나.”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아들의 목표가 ‘가족의 행복’이었다.

엄마가 원하는 독서왕, 운동왕, 공부 우등생, 학교 모범생이 아니고 ‘가족의 행복’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우리 아들 삶에 들어와 이래라저래라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을 때 우리 아들의 소망은 단 하나, ‘가족의 행복’이었다.

나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엄마의 생각을 아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아들의 책상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성찬이를 꼭 안아주며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미안해.

엄마는 몰랐어.

우리 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사랑한다.

우리 아들.

그리고 우리 꼭 만들어보자.

행복한 가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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