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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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라”
  • 이동우
  • 승인 2014.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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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인 딸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시험을 보면 평균 점수가 40점대 중반이었고, 석차도 하위권이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아오면 부모로서 착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혼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몇 번 학원에 보내보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가 끝나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학원으로 달려가고 어떨 땐 밤늦게까지 학원에 붙잡혀 있는 아이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습지 학원 정도만 다니게 하다가 3학년이 되면서는 이마저도 그만두었다.
아이는 학원에 가지 않는 대신 집에서 열심히 공부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시험기간이 되면 아이에게 시험공부를 하라고 서너 번 잔소리를 했지만 평소에는 ‘공부를 하라’거나 ‘커서 뭐 되려고 하느냐’는 식의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라’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적성에 맞고 자신이 평생 해야 할 직업을 정하는 것은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그 무엇인가를 고등학교에 가서 찾을 수도 있고 대학에 가서 찾게 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언젠가 아이가 ‘아빠는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왔다. ‘네가 좋아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책과 신문을 꾸준히 읽으라고 주문했다.
책과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 이해력이 좋아지고, 이해력이 좋아지면 비록 지금은 공부를 못하더라고 나중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다행히 딸아이는 읽는 것을 좋아했다.
책은 항상 가까이 두고 읽었으며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도 틈틈이 훑어보았다. 아이의 책상 위에는 늘 책이 펼쳐져 있거나 신문이 놓여 있었다. 나도 가끔 볼 만한 신문기사를 오려 주거나 시집이나 에세이 등을 사서 주었다.
아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다.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요리를 하고 싶다고 하더니 고등학교도 특성화고등학교 식품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동아리도 제과제방과 바리스타 등 두 개나 가입하더니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귀가했다.
2학기 중간고사 때는 밤 12시가 다 되도록 공부하더니 평균 점수도 20점이나 오르고 석차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를 학년 대표로 11월에 경기도 학생교육원에 실시한 지도성함양과정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을 마치고 딸아이는 수료증과 함께 표창장을 받아 왔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 4-H회에서 주관하는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꿈도 요리사에서 디저트 전문 요리사로 구체화 되었다.
오늘도 딸아이는 신문을 읽으며 꿈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이동우<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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