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마음으로 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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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마음으로 들어봐요
  • 유영화
  • 승인 201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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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기념품보다 거리의 아름다운 음악 공연에 이끌린 순수한 동심 인상적
동화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의 어린이 딜런이 보여준 열린 마음 떠올라
1분의 여유조차 갖지 못한 어른 되지 말고 ‘행복한 마음의 귀’ 간직하며 성장하길

올봄 6학년 아이들과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의 동심이 얼마나 빨리 음악과 친해지며,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를 경험했습니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는 재미있는 놀이와 먹거리, 기념품점 그리고 많은 볼거리들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것들 중에서 아이들의 발걸음을 가장 오랫동안 잡아 두었던 것은 ‘거리의 음악 공연’이었습니다.
인사동 거리에서 우리는 두 팀의 거리 공연을 만났습니다. 한 팀은 4인조 외국인 연주 팀으로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와 타악기를 연주하는 팀이었고 또 한 팀은 1인 가수의 노래 연주였습니다.
아이들은 장난감 가게와 기념품 가게에서 잠시 이것저것 만져 보다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거리 공연을 하는 곳에서는 한 곡의 음악이 끝나고 또 다른 곡이 시작되어도 자리를 뜨는 아이는커녕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손을 흔들며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 문득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동화가 생각났습니다. 이 동화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인 ‘죠수아 벨’의 지하철 역 무료 공연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캐나다 출신의 ‘캐시 스틴슨’이 쓴 동화입니다.

‘죠수아 벨’은 잘생긴 외모의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의 신동으로 자라 열일곱 살 때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카네기 홀에서 연주회를 하였으며, 2000년 피플지(유명 인사와 사람 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는 타임사의 주간 미국 잡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뽑혔고, 그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1713년에 제작된 후버만 스트라디바리우스(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마스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가 만든 바이올린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으로 알려짐) 바이올린과 18세기 후반 프랑수아 투르트가 제작한 프랑스 활로 그 가격이 무려 40억에 달해 ‘40억 바이올린의 사나이’로 불리는 세계 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죠수아 벨은 2007년 워싱턴D.C 지하철역에서 신분을 숨긴 채 청바지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가난한 예술가의 밥벌이를 위한 거리의 악사가 되어 40분간 연주를 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것도 40억원이나 되는 바이올린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날 그 곳을 지나친 사람은 무려 1,070여명이었는데 그중에서 1분 이상 음악을 듣고 돈을 건넨 사람은 고작 27명, 박수를 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그날 벌은 돈은 겨우 32달러에 불과하였습니다.
평소 그의 공연료가 1인당 약 150달러였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카네기 홀에서 멋진 턱시도를 입고 연주한 사람도, 허름한 차림으로 지하철역에서 연주한 사람도 다 똑 같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죠수아 벨이고 똑 같은 40억원짜리 바이올린으로 연주하였는데 말입니다.
음악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귀로 듣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 실험의 결과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하였습니다.

동화책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에서 주인공 딜런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지하철역으로 들어갑니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나고 딜런은 엄마에게 잠깐만 딱 1분만이라도 음악을 듣고 가면 안 되냐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나중에!”라는 말만 남기고 딜런의 손을 잡아끕니다. 딱 1분이면 되는데 그 1분의 여유도 없는 어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본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수학여행에서 6학년 아이들은 거리의 음악을 통해 큰 행복을 느꼈고 소소한 일상에서 커다란 기쁨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이번 여름방학에는 여유 있게 부모님들과 여러 곳을 여행하며 동화책 주인공 ‘딜런’이 되어 보시기 바랍니다.
비록 소소한 거리의 작은 음악 공연일지라도 마음의 귀를 활짝 열면 ‘죠수아 벨’의 멋진 음악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유영화 선생님
춘천 봉의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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