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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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상)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1.12.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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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학부모 (춘천 후평초 2학년 1반 김하린 학생의 어머니)
1979년 3월2일.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아부지 손을 꼭 잡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약 두어 시간가량 걸으니 학교가 나타났다.

가슴팍에 노란 손수건을 붙이고 운동장에 서니 길게 늘어진 줄 사이로 교장선생님 훈화가 귓가를 울렸다.

입학식이 끝나고 삼거리 짜장면 집에서 아버지께서 사주신 짜장면은 과히 일품이었다.

식사 후 다시 꼬박 두어 시간을 걸었다.

그날 나는 아버지의 넓고 푸근한 등을 오랫동안 독점하며 많이 행복했었다.

다음날부터 하루 네 시간은 무조건 걸었다.

걷는 길 외에는 학교 갈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걸어 다녔다.

이장님 댁 따님도, 반장님 댁 아드님도 모두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두어 시간에 한 대꼴로 있는 버스는 중학생 교복 정도는 입어줘야 멋진 버스를 탈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되었기에, 걷는 것은 국민(초등)학생의 숙명이자 당연한 귀결이었다.

가끔 운 좋은 날에는 경운기를 얻어 탈 수 있었는데 달리는 경운기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코끝 찡한 자유를 선사해주었다.

등하굣길에 차만 지나가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청을 높였다.

“태워줘요∼!”

지나가는 대부분의 차가 태워주었지만 특히 군인차를 얻어 타는 날에는 기쁨이 두 배였다.

보리건빵으로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고, 더운 여름날에는 수통 안에 들어있는 물까지 꺼내 주셨으니 이보다 더 한 호사가 어디 있으랴.

세월이 흘러 나는 엄마가 되었고 드디어 학부모가 되었다.

집에서 아이 학교까지는 넉넉 잡고 걸어서 20분.

세월이 하수상하니 아침마다 학교 앞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하굣길 역시 각종 학원차량으로 붐빈다.

아이의 등하교 문제로 학원을 알아보기도 했었고 15년 장롱면허를 청산하고 중고차라도 하나 구입해야 하나 늘 망설였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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