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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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하)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1.12.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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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학부모 (춘천 후평초 2-1 김하린 어머니)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이는 차타기를 강하게 거부하였다.

무조건 걷는단다.

엄마랑 학교에 걸어가는 그 길이 제일 좋단다.

덕분에 네 살짜리 동생까지 함께하다 보니 매일아침 태워주겠다는 동네분도 여럿 만났으나 아이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타기 싫다는 차를 억지로 태우려 함 또한 아이의 감정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깨닫고는 이내 포기하였다.

걷기를 택한 아이에게 ‘길’은 가만있지 않았다.

작지만 부지런한 할머니의 손길로 갖은 곡식에 채소까지 파종부터 수확까지 볼 수 있는 텃밭은 아이를 위한 선물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트에서 만나는 형형색색의 잘생긴 청과보다는 흙의 어원을 알려주고픈 어미에게 그곳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계절의 추이에 따라 시멘트나 아스팔트 깨진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제비꽃이며 냉이, 꽃다지, 나팔꽃, 민들레의 화려한 외출 또한 설레임으로 다가오니 아이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한가득.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어느 해 여름 도서관에서 만났던 유명한 여류작가의 소설적 무대가 되었던 곳을 아이의 등하굣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늘 궁금했던 그 곳...

한눈에 보기에도 오랜 세월의 더께를 안고 고즈넉이 자리한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시선이 머무르곤 했었는데, 호기심이 그렇게 벗겨지고 나니 더없이 행복할 수 밖에.

때때로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아이의 목을 적셔줄때도 있지만 때로는 땀이 비오듯 쏟아내려도 자기 가방은 스스로 짊어지게 하고, 집에 도착할때까지 참아 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심한 갈증 끝에 마셔보는 물을 통해서 귀함을 얻을 것이며 스스로의 가방을 무릎 위가 아닌 어깨에 짊어지며 땀을 흘릴 때 삶에 대한 방향성도 잃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스쳐가는 바람까지 코끝으로 느끼며 폐부 깊숙이 담아두는 길 위에서 만나지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

그들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향연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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