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삶의 창을 여는 은사가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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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삶의 창을 여는 은사가 될래요”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1.12.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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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현 춘천초 교사
찬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저에게 생각나는 한 분의 선생님이 계십니다.

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신 선생님.

제가 6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공부에 관심도 전혀 없고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물으시면 아나운서, 변호사, 기자, 선생님.

정말 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저 꿈꾸는 자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반 친구가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저도 따라 읽었습니다.

정확한 제목이 기억 나지는 않지만 재미로 읽기에 적당한 무협소설 같은 책이었을 것입니다.

놀기만 좋아하던 제가 만화도 아닌 줄글을 읽다니요! 그것도 꽤 두께가 있고 제목도 한자로 써 있는 그런 책을 말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제가 책 읽는 모습을 보시고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현이는 커서 큰 사람이 되겠구나! 이제 책 읽는 재미를 붙였으니 말이야.

그것도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다니.

대단한 걸.”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뭘 모르시는군.

이 책은 문학작품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읽는 책인데.

제목이 한자로 되어 있어서 착각을 하셨나?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은 걸.”

그 뒤로 저는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장을 펼치기만 하면 졸음이 솔솔 와서 5장을 넘기기 힘들었는데 점점 읽는 양도 늘어나고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또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인내심도 길러졌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입가에 스르르 웃음이 뱁니다.

과연 우리 선생님이 제가 읽은 책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일까요? 그때를 생각하면 칭찬에 감사하고 한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때 은사님처럼 진심 어린 격려의 말씀 한 마디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제자들에게 삶의 창을 여는 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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