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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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마음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1.12.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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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순 학부모 (춘천초 1학년 노수현 어머니)
여름내 푸르던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뭇잎을 떨구어 내더니 이내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쌀쌀함이 더 이상 낯설지 않던 어느 날 옷장을 뒤적여 아이가 입학식에 입고 갔던 파란색 패딩 점퍼를 꺼내 입혔다.

폭신한 패딩 위에 가방을 짊어지고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설렘을 가득 지닌 채 엄마 손을 꼭 잡고 형들이 다니던 초등학교로 향하던 입학식 날! 평소에 겁이 많은 아이는 줄을 서고 자리에 앉으라는 처음 보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의연하였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했던 게 말 그대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2학기를 한 달여 남겨 두었다.

아이들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희망을 먹고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분재를 키울 때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잡아주고, 돌보면서 잘 자라기를 기다리듯이 아이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돌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음을 고백한다.

스스로 자라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제 몫이다.

그 돌봄의 영역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고, 나의 욕심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어느 날 아이가 TV를 보다가 “엄마는 부모야, 학부모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부모지!” 라고 답을 했지만 이내 마음 한구석에 석연찮은 기분이 들었다.

이 단어 한 음절 차이는 굉장히 다른 뜻을 담고 있었다.

이 질문은 이제까지 부모로 살아온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준 한마디였다.

아이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면서 칭찬보다는 질책과 지시를 더 많이 사용했고, 꿈을 가지라고 말하면서 제한된 꿈만 꿀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실패 없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 애쓰는 동안 아이는 허약 체질이 되지는 않았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아이큐보다 정서지능인 이큐를 월등하게 평가해 왔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아이큐 향상에 더 많이 치중했다.

그 모든 것이 정말 아이를 잘되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들인데 그것들이 오히려 ‘학부모’라는 덫으로 아이를 힘들게 했다는 상황이 너무 가슴 아팠다.

아이 셋을 키워 보고나서야 깨달아 가슴을 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제부터라도 자녀 양육에 대한 그림을 머리만 큰 이기적인 아이가 아닌 가슴도 따뜻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그리고 싶다.

또 소통할 줄 아는 아이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아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그 선택이 ‘스스로 만족해서 선택한 것인지’를 스스로 돌아 보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고, 남과 비교해서 만족을 얻기보다는 ‘자기 존중’의 방법을 선택하도록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어야겠다.

‘부모’의 행복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해지면 함께 행복해지는 법이니까! 이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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