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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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사를 꿈꾸며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2.07.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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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속초 소야초교 교사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2년에 나는 고3이었다.

반에서 줄곧 3,4등을 유지하며 그런대로 성적이 우수한 편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장차 무얼 하면 좋을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꿈이 없었다.

7남매의 막둥이로 자랐지만, 내 위로 대학 교육을 마친 형제는 막내 누나밖에 없었다.

누나는 교대를 졸업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졸업후 빠르게 취직이 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기 때문에 고3 원서를 쓸 무렵 나는 교대를 선택했다.

교직이 내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교생실습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갈 용기가 없었다.

동료 교사, 관리자, 학부모, 학생들을 상대하면서 해마다 반복적으로 겪게 되는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로 인해 교직 5년차 때, 학교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괴로웠다.

출근은 마치 형무소에 입감하는 기분이었으니, 하루 종일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면서 살았다.

별 문제 없이 즐겁게 근무하는 동료 선생님들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열등감도 컸다.

그 끔찍한 고통에서 잠시 해방되는 방학이야말로 내게 있어 천국과도 같은 것이었다.

2, 3년마다 한 번씩 근무지를 옮기는 것에서 새로운 교직생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찾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통과 절망의 늪으로 빠지기를 반복했다.

올해로 교직 12년차, 그동안 근무했던 경기도를 떠나 잠시 2년간 강원도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루의 반은 학교에서 지낸다.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무수한 실수와 잘못을 되풀이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여기서는 새롭게 살아보고 싶다.

새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 지 3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예전에 겪었던 악몽들이 슬그머니 반복되려는 듯하다.

벌써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 도서관에서 교수법에 관한 책을 빌려왔다.

책도 좀 읽으면서 그동안의 내 수업을 다시금 되돌아봐야겠다.

전문 상담도 받아보고 싶다.

내가 가진 문제에 관해, 동료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선배교사에게 자문도 구해봐야겠다.

정말이지 이제는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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