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춤추게 하는 ‘작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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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춤추게 하는 ‘작은 철학’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2.07.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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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미 횡성둔내초교 교사
‘나비 등을 타고 꽃밭에 갔더니 내게 꽃처럼 살아가래요∼.’

참새가 짹짹거리듯 예쁜 입을 벌려 노래하는 우리 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오늘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아이들의 노래 소리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쉴새없이 쫑알거리며 재미있어 못 참겠다는 듯 배를 움켜쥐고 깔깔대는 아이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걷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운 듯 달음질을 하는 아이들, 교실로 들어온 작은 곤충 하나도 신기해하며 곤충이라도 된 듯 따라해보는 아이들.

공기 맑고 물 좋은 이곳 둔내초등학교로 오면서 처음으로 만난 아이들, ‘학교’라는 곳을 향해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첫발을 성큼 내디딘 우리 반 꼬맹이들이 난 참 좋다.

어느 날 아침, 교실을 향해 들어오는 나를 보며 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던 한 녀석이

“선생님, 결혼했어요?”하고 묻는다.

“글쎄, 왜?”

“우리 태권도 사범님이랑 소개팅시켜 드리려고요.

우리 사범님 잘생기셨어요, 애인하세요.”

“응?”

“근데요, 군대갔어요.

1년 넘게 기다려야 해요, 알았죠?”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출근길이었다.

또 이런 날도 있었다.

즐거운생활 시간에 한창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거미가 교실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무섭다며 나를 불렀고 나는 거미를 손으로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몸통을 쓰다듬으며 “만져봐”했더니 아이들은 기겁을 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무섭지 않아.

봐봐, 귀엽잖아”했더니 대부분의 아이가 용기를 내어 거미 몸통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무섭지 않단다.

거미를 보내주자며 교실 창 아래 나무 위에 놓아주니 “잘 가, 또 놀러와!”하며 친구 대하듯 한다.

엉뚱함으로 나를 당황하게도 하고 느림으로 기다리게도 하지만, 아이들은 몸치인 선생님을 춤추게도 하는 재주꾼들이다.

그 속에서 ‘잘 사는 것’에 대한 작은 철학을 배운다.

15소년 표류기에 나오는 소년들처럼 우리 반 열다섯명의 아이들은 오늘도 세상을 향한 모험을 계속한다.

얘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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