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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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선물”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2.12.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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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학부모(춘천 봄내초 2학년 3반 김수린 어머니)
10월이 되면 우리 집 달력은 알록달록 단풍 옷을 입는다.

가족의 행사가 모두 10월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10월 달력을 처음 넘기는 순간 내 생일은 빨간색 장미꽃으로, 남편 생일은 파란색 평범한 동그라미로,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보라색 하트로 꾸며진다.

하나뿐인 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유치하고도 치밀한 계획이 숨겨져 있다.

유치원에 다닐 적 어버이날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생님의 솜씨가 돋보이는 카드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랑스럽게 내밀어 엄마 아빠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딸이 자란 만큼 우리의 기대치도 은근히 높아져 있었다.

이젠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편지 한통 정도는 당연히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생일날 풍경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컸다.

일 년 후 또다시 10월이 됐다.

지난해를 경험으로 치사한 작전에 들어갔다.

10월 달력을 알록달록 오색찬란하게 치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부터 딸의 머릿속에 내 생일이 다가옴을 다른 집들의 예를 들어 가며 각인시켰다.

생일날 아침 딸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등교를 했고 학원을 갔고 저녁밥을 먹었다.

이럴 수가, 은근히 화가 났다.

다른 일을 트집거리를 잡아 야단을 쳤다.

그리고 오늘이 엄마 생일인 것은 아는지, 축하 편지 한 장 없는 서운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딸애는 울먹이며 방으로 들어가더니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옆구리를 찔러 받아낸 딸의 소중한 선물은 지금 우리 집 식탁 유리 밑에 놓여 있다.

날마다 딸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 딸의 진심을 읽는다.

지난 주말 수타사 산소길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어느새 숲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며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숲길을 딸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딸, 고마워!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밝고 건강하게 커가는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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