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땐,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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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땐, 놀아야지"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2.12.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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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애들 뭐 시킬 거야?”

“그러게…….

뭘 하지?”

매번 방학 때마다 아들의 친구엄마들에게서 듣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다.

우리 어릴 적 방학은 늘어지게 늦잠 자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동네를 쏘다니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채워졌기에 우리 아이도 당연히 그렇게 보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니 그런 어정쩡한 대답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3학년 여름방학까지는 그렇게 마냥 놀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3학년 겨울방학이 되기까지는…….

하지만 주위에서 4학년 성적이 앞으로의 성적을 좌우한다는 둥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해야 한다는 소리에 마냥 느긋했던 내 마음은 달음박질치기 시작했고 우리 아이의 고달픈 방학생활은 시작됐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강행군은 밥 먹을 시간 없이 계속되었고,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빡빡한 시간표에 아이의 놀 시간은 물론, 나의 수다를 돕는 커피타임마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주말은 쉴 수 있나! 주말에 하는 역사탐방이니 자연체험이니 하는 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쫓아다니다 보니, 정말 방학은 눈 깜짝할 사이 끝나버렸고 아이와 나는 충전을 해야 할 방학에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두 번째의 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이 친구의 엄마한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방학이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불행하다며 놀이터에서 노는 친구들이 정말 부럽다고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내가 우리 아이를 위한답시고 쏟아부었던 돈과 시간들이 우리 아이에겐 커다란 짐이 되어 저 어린 어깨를 누르고 있었구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후, 나는 우리 아이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하고 싶은 것을 뺀 나머지는 과감히 정리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늘 아이의 입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기 싫다”는 말은 쑥! 들어가고 혼자서 척척 해나가고 있어 엄마인 내가 더 행복해졌다.

그렇게 행복해진 우리에게 또다시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 때 뭐 할 거야?”

“하긴 뭐해? 놀아야지∼.”

“……?”

이렇게 큰소리 치긴 했는데.

정말 내가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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