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아 속설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부지런히 일 하다보면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일도 많이 생기겠지. 아참 내 정신 좀 봐. 오늘이 장날이라 손님들이 곧 올 텐데 어서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시며 아빠는 서둘러 주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시현이도 한참 더 제비집을 바라보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 아빠 일을 도와드려야 했습니다.
시현이네 가게에는 점심때가 되기도 전부터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장날에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더 빨리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국수 두 그릇이요.”
“여긴 국수 네 그릇이요.”
여기저기서 주문을 하는 소리가 우렁찼습니다. 멸치 육수에 감자도 송송 썰어 넣은 칼국수는 정말 푸짐하고 맛있습니다.
“와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손님들이 값을 치루고 나가면서 이렇게 인사해주면 시현이 엄마와 아빠는 제일 좋아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시현이 엄마와 아빠는 더욱 더 신이 나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손님들이 일어서면 또 손님들이 찾아와 가게 안을 가득 채우는 시현이네 칼국수 집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참 바쁜데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 울며 화를 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엄마 이 신발 더러워. 이게 뭐예요? 똥이 묻었잖아요. 난 몰라. 신기도 싫어. 에이 더러워. 기분 나빠.”
한 아이가 처마 밑 제비집을 쳐다보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하필 그때 엄마 제비가 아기 제비에게 먹이를 주다가 힘이 다 빠졌는지 똥을 싸고 말았던 것 입니다. 그 아이 아빠는 아이를 달래다 안 되자 대뜸 시현이 아빠 엄마를 불렀습니다.
“이 집 제비가 우리 아이 신발에 똥을 쌌어요. 어떻게? 더러워서 어쩔 거예요?
그 아이 아빠는 조용히 닦아내도 괜찮을 일을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이 난리를 치고 짜증을 부렸습니다.
“아.......손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시현이 엄마와 아빠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먼저 사과부터 하고 물휴지로 깨끗하게 제비 똥을 닦아냈습니다. 하지만 험상궂게 생긴 그 아이 아빠는 처마 밑 제비집을 위로 쳐다보며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요즘 세상에 제비집이 다 있다니. 처마 밑에 제비집이 한 두 개가 아니네. 저 제비집이 그대로 있다간 다른 손님들 신발에 묻으면 어쩌려구.......에이 지저분하고 더러워.’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아이 손을 잡고 휙 나가버렸습니다. 줄지어 기다리던 손님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힐끔힐끔 제비집을 쳐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면서 하나 둘 떠났습니다.
북적이던 시현이네 칼 국수집은 썰렁해졌습니다. 이렇게 텅 빈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제비가 똥만 싸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그러게 말이야. 어째 이런 일이 생겼는지......”
시현이 아빠와 엄마는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힘이 싹 빠지고 기운이 없었습니다. 오늘일은 너무나 어이가 없고 허탈했습니다.
“여보 저 제비집을 이참에 아예 없애 버리는 게 어때요?”
속상하고 답답했는지 시현이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장사하는 집 처마 밑이 지저분하면 손님들이야 당연히 싫어하긴 할 테지만 그렇다고 제비집을 아예 없애 버리면 아기제비는 어떻게 하구? 안 돼.”
아빠는 강하게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러면 가만 두자는 얘기에요?”
“그렇지. 쟤들도 자라면 곧 떠나는데 우리가 보금자리를 없앨 수는 없지.”
엄마는 그 소리를 듣자 한숨을 쉬고 말았습니다.
“답답해도 좀 기다려 봐요. 아까 그 손님이 별스럽기는 하지만 손님들이 다시 올지 모르니 조급하게 굴지 말아요.”
아빠는 무조건 좀 더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맞아요. 엄마 아기 제비들이 불쌍하지도 않아요. 그 손님이 나빴어요.”
시현이도 속상해서 입을 삐죽였습니다. 시현이네가 장사가 되든 말든 엄마제비는 언제나 열심히 먹이를 물고와 아기 제비들을 키우느라 바빴습니다.
시현이네 가게는 손님들의 발길이 아주 뜸했습니다. 시현이네 식구들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을 무렵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받은 시현이 엄마는 너무나 놀라 몇 번을 더 물으며 확인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이정순 동화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