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물고 온 제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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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물고 온 제비 (상)
  • 이정순
  • 승인 202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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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 한가운데에는 아주 오래된 기와집 한 채가 있습니다. 그 집은 오래 전부터 칼국수를 만들어 파는 가게입니다. 어느 날 시현이는 어디선가 엄마 제비가 급하게 날아와 둥지 끝에서 떨어질 듯 말 듯 날개 짓을 하며 먹이를 주는 엄마 제비를 보았습니다.
엄마 나 고파요. 어서 밥 주세요.”
엄마 저부터 먼저 주세요.”
저도 배고파요.”
아기 제비 다섯 마리는 계속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아기 제비들은 엄마 제비가 나타날 때마다 더 큰 소리로 시끄럽게 굴었습니다.
얘들아 아무리 배가 고파도 순서가 있는 거야.”
이러는 듯이 엄마 제비는 제일 오른쪽 아기 제비부터 먹이를 주더니 또 급하게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아기 제비들은 엄마 제비가 떠나자 시끄러운 소리를 냈습니다.
엄마 어디 갔어?”
빨리 돌아와요.”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배고파.”
엄마 언제 와.”
아기 제비들은 제각각 슬픈 목소리로 멀리 떠난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며 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시현이는 아기 제비들이 가여웠습니다.
한참 후 엄마 제비가 먹이를 물고 다시 돌아오자 아기 제비들이 또 소리쳤습니다. 엄마 제비가 돌아오니 아기 제비들은 무척 신이 나고 기쁜 모양이었습니다. 엄마 제비는 어디론가 계속해서 날아갔다가 먹이를 물고 다시 나타나 두 번째 다음번엔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아기제비에게 차례차례 먹이를 주곤 했습니다.
시현이는 엄마제비와 아기 제비들이 너무나 신기해서 숨죽이며 가만 가만 지켜보다가 아빠를 불렀습니다.
아빠 여기 와 보세요. 제비집속에 아기 제비가 다섯 마리나 있어요. 엄마 제비가 계속 먹이를 주는데도 저 아기 제비들은 둥지 속에서 계속 엄마를 찾아요.”
주방에서 일을 하다말고 나온 아빠는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시현이 너도 엄마가 보고 싶을 때나 배고플 때 엄마를 찾듯이 제비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래요? 그런데 아빠 제가 가만 보니까 엄마 제비가 꼭 차례차례 먹이를 주더라고요.”
허허 그러니? 우리 시현이 자세히도 봤네. 아빤 몰랐었는데. 그건 아마도 순서대로 안주면 저들끼리 아웅다웅 다툴까봐 엄마가 그렇게 정해 놓았나보다.”
그러게요. 아빠. 우리도 첫째 둘째 셋째 차례대로 안주면 삐치고 토라지듯이 제비들도 똑 같겠지요.”
그렇지.”
아빠는 시현이가 제법 야무지고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아빠 아기 제비가 다섯 마리나 되는데 둥지가 너무 작아 보여요. 답답하지 않을까요?”
아빠도 좁아 보이긴 한데 엄마 제비가 둥지를 저렇게 만들어 놓아서 우리가 손댈 수는 없지. 시현아 너 흥부와 놀부 전래동화 알지?”
. 잘 알지요. 흥부는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부자가 되고 놀부는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거지가 되었다는 그 얘기요.”
시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치원에 다닐 때 수십 번도 더 읽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떠올리며 말 했습니다.
그래그래. 그래서 옛날부터 제비가 있는 집은 복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어서 제비집을 그냥 가만 놔두었대.”
정말로요?”
시현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박이며 물었습니다. 아빠는 여기저기 처마 밑에 있는 제비 둥지를 가리켰습니다. 시현이는 그동안 눈 여겨 보지 않았던 제비집이 많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제비들이 둥지를 틀었던 곳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 사실 우리 집에는 제비집이 참 많은 편이야. 이 동네에서 우리 집에만 제비 집이 있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지.”
아빠 우리 집에 제비집이 이렇게 많으니 진짜 부자가 되겠네요.”
시현이는 크게 웃으며 아빠를 바라보았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이정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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