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찾아온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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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찾아온 나무
  • 김남덕
  • 승인 201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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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동촌리 느티나무
생각하는 나무
하루살이는 얼마나 살까? 물속에서 생활하다 육상으로 자리를 옮긴 하루살이는 몇 시간에서 길면 일주일까지 산다. 하루살이 생애를 들여다보면 알-애벌레-아성충의 시기를 거쳐 성충이 됩니다. 이 기간을 모두 합하면 하루살이의 생애는 훨씬 길어진다. 애벌레 시기는 1~3년 정도로 이 기간 동안 50번 정도 탈피 과정을 거쳐 아성충이 됩니다. 하루살이는 이름처럼 하루만 살지 않는다. 이런 하루살이가 사람들의 생활사를 알 수 있을까요? 일반인들은 십중팔구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인류가 식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수준이 하루살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식물은 지구 행성에 35억 년 전에 도착해 지구 지표면을 99.5~99.9%를 점유하고 있다. 생존하는 수명 또한 100년 정도인 인류에 비해 수만 년 이상 살고 있다. 식물과 사람 중 어떤 생물이 더 진화했는가? 라는 질문에 인류라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몸의 95%가 제거돼도 재생 능력을 갖춘 식물이 진화의 최강자가 아닐까?

인류는 5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능력은 식물에게도 있으며 다른 생명체의 무의식 세계에도 마음대로 오가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한다. 도내에는 사람들의 무의식 영역인 꿈에 찾아와 도움을 청한 나무가 두 그루 있다. 도내에 산재한 설화나 전설을 확인한다면 더 많은 사례가 있을 않을까?

화천 동촌리 느티나무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434-1

화천 산천어축제장을 가로질러 북쪽 방향의 산길을 향해 간다. 화천군 내에서도 산골 마을인 동촌리는 월하 이태극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조 시인으로 국문학의 거목인 월하의 작품과 일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을 달려 가다 보면 태극기가 게양된 건물이 나온다. 느티나무는 강원-화천-3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으며 수령은 700년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무 둘레는 8m이며 수고는 15m로 폐교된 동촌초교 교정에 있다.

나무 주변은 학생들의 추억이 어린 피사체들이 남아 있다. 세종대왕상과 호국소년 이면수가 당시 학생들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옛날 마을의 한 노인의 꿈에 백호가 나타나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더란다. 그 꿈이 너무 현실적이라 노인은 아들을 서낭당에 내려 보냈더니 나무속이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 놀란 아들은 계곡물을 퍼 급히 불을 껐다. 그 이후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 나무는 마을의 성황목으로 주민들의 삶을 관장하고 있다. 나무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가 보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중에 나를 도와 줄 사람을 정확히 가려서 그 사람의 무의식 세계에 들어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관철시켰다. 식물이 갖고 있는 능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생각하고 매년 10월9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꿈에 찾아온 백호를 기리기 위해 매년 호랑이 축제를 매년 열어 호랑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길도 호랑이 흔적이 남아 있어 호랑이 울음도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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