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회 교사로 이어 준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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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회 교사로 이어 준 신문
  • 권순영
  • 승인 2019.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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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융합형 인재양성에 신문 선택
맹자의 말씀 중에 生於憂患 死於安樂(생어우환 사어안락)이란 말이 있다. 지금 어렵고 근심스러운 것이 오히려 나를 살게 할 것이고, 지금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 오히려 나를 죽게 할 것이라는 뜻이다. 맹자의 ‘고자하’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일명 역경이론으로 스티브 잡스의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와 일맥상통한다. 안락한 삶은 도전을 멈추게 하고, 고난과 역경이 나를 힘들게 해서 오히려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필자의 인생에 생어우환이 되어준 친구가 바로 신문이었다.

초등학교 여름방학만 되면 평창군 미탄면에 소재한 외가댁에 가서 한 달 넘게 수영과 낚시를 하며 까맣게 그을려오는 것이 낙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던 어느 날 놀기만 하는 손자가 딱해 보이셨는지 마을의 훈장 역할을 하셨던 외조부께서는 문방사우를 내 앞에 놓으시면서 이름을 한자로 써보라고 하셨다. 머뭇거리던 나를 대신해 權純永을 쓰시며 “네 이름은 이런 뜻으로 지었다.”라고 하셨다. 더불어 내년에 한자로 이름을 못 쓰면 외가댁에 놀러가지 못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으셨다. 강릉 본가에 가자마자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며칠 뒤에 집으로 어린이신문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다음해 여름 외가댁 구남매의 손자들 중 최고라는 타이틀은 내 것이 되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는 ‘국어’ 교과를 담당하셔서 그런지 매주 기사와 사설을 스크랩해 공책에 적어 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신문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써보는 일이 낯설어 고민하던 중 ‘강원일보 言中言’이라는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었고, 더불어 시의성 있는 주제로 세상에 대한 눈을 밝혀 주었다. 무엇보다 과제를 해결해야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言中言의 분량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 과제가 지금의 나를 사회교사로 이끌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며 교과마다 학생들의 수업과 평가의 개선이 모든 교사들의 지상 과제이다. 필자는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수업의 교재로 ‘신문’을 선택해 활용하고 있다. 교과마다 교과서가 있지만,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교과서 밖을 자료를 찾을 때는 몇 년 전의 교과서 자료보다는 신문에 있는 시의성이 있는 기사들이 더욱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특히 동아리에서 신문을 꾸준히 읽고 제작까지 함께 했던 학생들이 ‘강원토론대회’와 ‘춘천법원과 함께 하는 사법 캠프’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며 신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외할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근심의 선물을 두 딸에게 줄 때가 된 듯하다.
권순영 육민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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