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간 마을 지켜 온 강릉 고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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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간 마을 지켜 온 강릉 고욤나무
  • 김남덕
  • 승인 2018.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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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554호 지정
3,000년 전 고욤나무 목재 발견 토종입증
대추와 함께 쪄서 씨발려 식량 대신 식용
중부이남과 동해안 지역 따뜻한 지역서식

백성들의 구황작물인 나무
현대인에게 고욤이라고 하면 무척 낯선 낱말이다. 고욤은 감나무 종류의 하나로 토종 감이라고 하면 쉽게 알아듣는다. 토종식물이 대부분 그렇듯이 과실에 비해 씨앗의 크기가 커 감에 비해 먹어볼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옛 속담에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라는 말도 있다. 자질구레한 것이 아무리 많아도 큰 것 하나만 못하다는 뜻이다.
또한 “고욤이 감보다 달다”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고욤이 크기는 작아도 감보다 달 듯 작은 것이 오히려 큰 것보다 질 좋고 실속 있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 토종은 작지만 실속이 있는 존재다.
도토리, 밤, 고구마, 감자처럼 구황작물의 하나로 인기가 높던 과일이다.
굶주림과 질병을 이겨된 조상들의 지혜를 담은 ‘구황촬요(救荒撮要)’에 따르면 다 익은 고욤을 대추와 함께 쪄서 씨를 발라내고 한데 넣어 찧어서 먹으면 식량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한다.

대리모 토종나무
고욤나무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 등장하게 됐을까? 경기 일산 신도시 조성 때 지표조사에서 약 3,000년 전 지층에서 고욤나무 목재가 발견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 서식하는 토종나무임이 밝혀졌다.
문헌기록으로는 고려 명종 때 흑조(黑棗)란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아마도 씨앗이 대추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름 지어진 듯하다.
사과, 배, 복숭아 등 대부분 과일이 마찬가지로 감씨도 역시 심으면 어미보다 못한 땡감이 달리기 때문에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쓰지 않으면 대를 이어갈 수 없다.
고욤나무는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 평생 남의 자식을 키워낸다.
땅 깊숙이 헤매며 찾아온 영양분을 아낌없이 남의 자식인 감나무에게 내어주는 고욤의 마음은 비단결보다 부드럽다.
보통 중부 이남과 동해안지역 등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욤나무는 충북 보은군 회인면 용곡3리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518호인 이 나무는 수령 300년, 키 18m, 나무둘레는 어른 기준으로 두 아름 되는 나무다.
고욤나무는 나이가 먹으면 나부 수피가 흑갈색으로 가뭄으로 갈라진 저수지 바닥처럼 갈라져 있다.

마을의 수호신
한여름이 시작되는 6월 노란색 꽃을 피운다. 암수 딴그루 나무로 근처에 수 고윰나무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
강릉시 옥계면 현내리 고욤나무는 250년간 마을을 지켜왔다. 원래 숲을 이루고 있었으나 현재는 한 그루 만이 성황목으로 주민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고욤나무를 서낭당 신목으로 매년 정월대보름과 음력 동지에 서낭제를 지내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8년 7월 규모면에서 희귀하고 고유한 형태를 잘 갖추고 있으며 주민들의 서낭목으로 호흡하고 있는 등 민속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예고한 바 있고, 지난달 30일 제554호로 지정했다.
감보다 작은 크기로 인해 소시, 고욤의 열매는 마치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면서 분홍빛에서 흑색으로 변해가는 소의 젖꼭지를 닮았다고 해서 소젖꼭지 감이란 뜻으로 우내시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에 고욤의 꼭지는 딸꾹질을 멎게 하는데 특효가 있다고 적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콩감라고도 부르며 약간 덜 익은 열매를 따다가 즙을 내어 종이 우산에 바르며 방수제로도 사용했다. 목재는 고급 가구재로 인기가 높다.
김남덕 강원일보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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