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 당하는 것, 신체폭력만큼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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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 당하는 것, 신체폭력만큼 힘들어
  • 이숙자
  • 승인 2018.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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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샘의 학교 이야기 15
별명 부르기 전, 친구 입장 되어 생각하기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가 들어 있는 이름
이름을 동물의 이름으로 바꿔 부르면 곤란

한 친구가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넸는데도 무표정하게 한 곳만을 바라보고 서 있네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고 있지?” 다시 물었습니다.
아이는 나를 빤히 올려다 보더니 “교장선생님. 만약 교장선생님 보고 화장실이라고 부르면 어떡하겠어요?” 화난 어투로 물었습니다.
“화장실? 왜 화장실이라고 불러? 그럼 굉장히 기분이 상하겠지? 누가 너를 그렇게 부르는구나?”
“네, 애들이 저보고 그렇게 부르잖아요. 제 이름이 장영실이거든요.” 아이는 차분하지만 화가 난 얼굴로 말했습니다.
“장영실? 조선시대 과학자 그 장영실?” “할아버지가 훌륭한 사람 되라고 지어 줬어요. 그런데 좋으면 뭐해요. 얘들이 화장실이라고 부르는데요.” 아이는 매우 의기소침해 보였어요. 뭐라고 위로 한들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랠 수 있겠어요.
친구의 별명을 지어서 부르는 친구들이 혹시 있다면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가 나를 보고 이름 대신 동물이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이름을 지칭하는 방법이 많습니다. 본명 외에 허물없이 부르기 위해 그 대신 쓰는 이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호라고 합니다. 문인, 학자, 예술가들이 본 이름 외에 따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아호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생김새나 버릇, 성격 따위의 특징을 가지고 남들이 본명 대신에 지어 부르는 이름을 별명이라고 합니다. 호나 아호를 부르는 것은 괜찮지만 사람의 생김새나 이름을 이상하게 바꾸어서 별명을 부르는 일은 좋지 않습니다.
이름에는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가 들어 있습니다.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입니다. 더구나 사람의 생김새를 가지고 별명을 부르는 일은 폭력에 해당되는 일이지요.
사람들은 별명을 부르는 일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신체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별명을 지어서 놀림감을 삼는 것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허락을 얻어서 좋은 뜻의 별호를 부르는 일은 괜찮겠지만 함부로 별명을 지어서 부르는 일은 삼가야겠지요.
만약 친구들이 내 이름이나 생김새를 가지고 별명을 부른다면 더 좋은 별호를 만들어서 그렇게 불러 달라고 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숙자 춘천 봄내초 교장·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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