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제철인 냉수성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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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제철인 냉수성 물고기
  • 송호
  • 승인 2018.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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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의 작은 물고기 ‘빙어’
강하구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연안 서식
이른 봄 하천으로 올라와 알 낳고, 수명 1년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도 얼음 밑에서 활동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채비에 들어간다.
어디 나무들뿐이랴? 가을 내내 바빴던 다람쥐도 찬바람을 피해 고목나무 틈새로 숨어들고, 개구리는 아예 땅을 파고 깊숙이 피신해 버린다. 덩치 큰 곰들도 찬바람이 버거워 겨울잠에 빠져든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도 예외는 아니다.
수온이 떨어지면서 근육이 굳어지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따듯한 깊은 곳으로 숨어들거나 커다란 바위 밑으로 모여들어 긴긴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오면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이 신나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빙어들이다. 빙어는 10∼15cm쯤 되는 작은 물고기다.
원래 강 하구의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나 연안에 사는데, 눈이 녹아내려 물이 불어나기 시작하는 이른 봄에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빙어들은 기수나 연안으로 다시 내려가 성장하고, 다음 해 봄 다시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 짧은 수명의 1년생 물고기다. 때때로 성장이 느리거나 산란을 하지 못한 개체들은 2∼3년을 살기도 한다.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서유구가 전어지(佃漁誌)라는 책에서 “동지 이후 얼음에 구멍을 뚫어서 잡고 얼음이 녹으면 사라진다”고 하여 빙어라고 칭한 데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의 여러 호수나 저수지에 살고 있는 빙어들은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올라온 빙어의 알을 받아 이식한 것들이다.
지금은 소양호나 파로호, 대청호 등 전국의 대형 호수나 저수지에서 호수를 바다 삼아 육봉화된 채 살아가고 있다.
냉수성 물고기인 빙어가 내륙의 저수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심이 아주 깊거나 찬물을 공급하는 유입하천을 가지고 있어서 한여름에도 낮은 수온을 유지하는 수층이 있어야 한다.
여름 동안에는 수온이 낮은 깊은 곳에서 동물플랑크톤이나 작은 물속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지내다가 표층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늦은 가을부터 얕은 곳으로 나와 생활하기 시작한다.
찬물을 좋아하는지라 한겨울 호수가 꽁꽁 얼어붙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떼를 지어 몰려나와 얼음 밑에서 활발히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등에 찬바람을 맞아 가며, 시린 손발을 참아 가며 얼음 구멍에 낚시를 드리우고 잡아내는 빙어낚시는 강태공뿐 아니라 겨울철 온 가족에게 신나고 재미있는 추억을 남겨주기도 한다.
호수에 얼음이 얼면 가족과 함께 의암호나 춘천호, 좀 더 멀리는 파로호나 소양호로 빙어낚시를 떠나보자.
빙어는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으므로 입질이 없으면 한자리를 고수하기보다는 과감히 자리를 옮겨 보는 게 좋다. 빙어 떼만 잘 만나면 한 번에 너덧 마리씩 낚싯줄에 줄줄이 걸려 올라오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송호복 (사)한국민물고기 생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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