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도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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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도 용기입니다
  • 이숙자
  • 승인 2018.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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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샘의 학교 이야기 12
힘에 눌려서 침묵하는 것 비겁한 일
세상 바꾸는 사람은 부조리에 행동

어느 시골 학교 5학년 교실에 석대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석대는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크고 어른스러웠습니다. 행동도 친구들보다 의젓하였고, 매사 신중하게 행동하는 아이였습니다. 나이가 친구들보다 서너 살은 많았나 봅니다. 성적도 항상 1등이었고 숙제도 완벽하게 해서 제출하는 그야말로 흠이라고는 없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석대를 좋아했고 친구들은 석대의 말이라면 뭐든지 좋아하고 잘 들어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시는 교실에서 석대는 선생님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석대에게는 무서운 비밀이 있었는데 사실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서울에서 전학을 온 병태라는 친구였습니다. 전학을 온 병태는 그 교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모범적인 석대는 선생님이 안 계실 때면 친구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시험시간이면 다른 친구들의 시험지와 바꾸거나 미술시간에는 친구의 그림과 바꿔서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친구들이 돈이나 좋은 물건이 있으면 빼앗기도 하였습니다.
병태는 또래 친구들보다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석대는 병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뺏기도 하고 병태의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써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참다 못한 병태가 이런 사실을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고자질쟁이라고 낙인이 찍혀서 왕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병태는 더 이상 석대하고 싸우는 것이 힘들어서 석대에게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병태는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새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석대의 옳지 못한 행동을 나무라고 친구들로 하여금 석대의 잘못된 행동을 말하게 하였습니다. 그동안 석대의 힘에 못 이겨 석대의 잘못을 알고도 눈감고 있던 친구들이 드디어 용기를 내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석대의 폭력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회의에 붙여서 다시는 석대가 그런 짓을 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부조리한 것을 보았을 때 행동하는 것이 바로 용기입니다. 힘에 눌려서 복종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요.
학교 안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 상스런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안 돼!’라고 말하기, 남의 물건을 강압적으로 빼앗는 행동을 저지하기, 이런 모든 것들이 용기입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는 석대에게는 남다른 사정이 있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학용품조차 살 수 없어서 친구들의 물건을 빼앗었습니다. 또 아침밥을 먹지 못해서 친구의 빵을 먹었습니다. 등록금을 친구돈을 빼앗아 냈습니다.
만약 어른들이 석대의 이런 어려운 사정을 알고 보살펴 주었다면 석대가 그런 나쁜 짓을 했을까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무조건 처벌하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는 이면도 생각해 보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도 용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발췌〉
이숙자 춘천 봄내초 교장·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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