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육과 관계 맺기
상태바
행복교육과 관계 맺기
  • 차재연
  • 승인 2017.03.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 장승초교를 다녀와서
지난 겨울방학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장승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예로부터 장승마을에 있는 이 학교는 아이들이 만든 장승을 교문 대신 세워놓았다. 장승초교는 2010년 11월 전북교육청의 혁신학교 1기로 지정된 학교다. 이른바 전북교육 1번지다.
숫눈이 하얀 찐빵처럼 예쁘게 보푼 운동장을 걸어 들어가니, 방학 중임에도 도서관에서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일주일 정도 학교 교육력을 높이는 연수를 해요. 이렇게 다져진 열정으로 2월에는 학부모와 함께 1박 2일 연수도 하지요.” 배움과 성장의 열매가 눈꽃처럼 핀 얼굴을 대하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개 반씩 있는 이 학교의 학급 이름은 해·별·달·강·들·산이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교실 한가운데 있다는 다락방이었다. 교실에는 계단과 창가 쪽 뒷문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이 나오고 뒷문으로 나가면 곧바로 운동장이다. 온돌이 놓여 있는 다락방은 아이들이 책도 보고 잠도 자는 놀이터다.
혁신학교 이야기 ‘학교가 돌아왔다’의 저자이기도 한 윤일호 선생님은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정의 재구성 즉, ‘창조적 파괴’라도 하면서 직접 몸으로 움직여 겪는 공부와 일하기 교육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리고 체험 후에는 꼭 글을 써서 생각과 느낌을 나눈다고 한다. 전교생이 벌써 6년째, 벼농사를 짓는데 작년에는 40㎏ 13가마를 수확해 집집마다 나누고 노인복지시설에 기부를 했다고 한다.
졸업생들도 함께하는 학교 전통 행사로 1~3학년은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4~6학년은 지리산 종주에 나선다. 외발자전거, 밴드, 탁구, 목공, 뜨개질, 곤충반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제과제빵, 발효식품 동아리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했다고 한다.
우리 강원도에도 혁신학교가 있고, 모든 학교가 행복교육을 실천하는 중이다. 그런데 권위적인 교육이 해체되며 태어난 행복교육이 언젠가부터 유희에 치중되면서 고통, 인내, 몰입, 성찰 같은 가치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행복교육’의 과잉 혹은 범람이라고 할까. 행복이라는 편하고, 쉽고, 즐거운 일만 좇다보니 정작 학교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바다에 있으면서 ‘바다가 어디예요?’ 묻는 물고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발견의 비밀을 제공해준다. 우리가 “행복은 어디 있지?”라고 묻는 걸 멈추었을 때, 일종의 형이상학적 뒤집움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이미 행복 속에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성이 아니라 비늘과 지느러미를 통해서. (크리스티안 생제르)
이제 곧 새순을 돋을 빈 밭들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고민하고, 탐구하고, 쓰고, 그리고, 묻고, 생각하고, 나누게 해야 한다. 행복교육과 더불어 ‘소통’, ‘관계 맺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어린왕자에도 나오는 것처럼 관계 맺기란 길들이기다.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길들이기는 책임을 지는 것이란 것을 잊고 있다. 그 책임이란 바로 아이들을 유희적 체험활동을 통해 즐겁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것도 시키면서 의미 있는 실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차재연<양구 방산초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