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원한 나비꿈 오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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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한 나비꿈 오삼반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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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봄내초교 박민정 교사
“선생님은 너희를 진심으로 믿고 고민했는데 너희는 아니었구나! 좋아, 앞으로는 나비꿈이 아니라 5학년 3반의 교사와 학생사이로 남자.” 그러자 이내 교실 안이 숙연해졌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휴~’하는 탄식도 나왔다.
생각해 보면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이 나로부터 비롯될 때가 많다. 내가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기다려주며 사랑을 베풀면 아이들 역시 친구들에게 똑같이 한다. 하지만 내가 무언가에 쫓기듯 허둥지둥 대거나 아이들에게 쉽사리 큰소리를 치면 마치 아이들은 나의 모습을 재방영하듯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나비꿈이라는 별명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로 행복을 꿈꾸자’라는 뜻에서다.
내가 오삼반 친구들과 만난 지 벌써 1년이다. 여태껏 아이들끼리 한 번도 몸싸움을 한 적이 없었는데 요 며칠 사이, 유난히 언행이 거칠어져 주의를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결국 오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싸운 두 녀석을 따로 불러 사정을 물었다. 사건의 발단은 요새 반아이들 사이에 나쁜 뜻을 지닌 은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게 화근이었다. 그래서 싸운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반 전체에게 나의 마음을 표했다.
그 한마디가 뭐라고, 사실 아이들의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엄포를 놓았던 것인데 그 선언 이후 아이들이 무얼 하거나 할 때 나의 눈치를 보고 쭈뼛거렸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이쯤에서 아이들에게 다시 선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얘들아, 최근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너희의 잘못보다도 선생님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앞으로는 너희와 선생님이 잘 통할 수 있도록 하마. 대신 너희도 같이 노력하자.” 그러자 대뜸 한 녀석이 묻는다.
“선생님, 그럼 우리 이제 다시 나비꿈 오삼반이 되는 거예요?” 어제도 힘들고 오늘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 덕분에, 오늘도 내일을 기대하고 더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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