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솜씨
사랑하는 아버지께
icon 이범선
icon 2000-04-18 16:56:00  |   icon 조회: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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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이 이곳 화천으로 이사온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었어요. 그 동안 저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아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범선이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아빠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죠?
 아빠. 제 나이가 열세살인데 이사를 열두번이나 하였으니 일년에 한번꼴은 이사를 한 셈이네요. 제가 친구를 사귀어 우정을 쌓으려고 할 때면 이사를 하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니 제겐 진짜 친구가 몇 명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 여름에 할아버지께서 “정이 들만하면 이사를 하지만 아빠 덕분에 전국 일주하면서 여러고장을 알게 되니 범석이는 참 좋겠다”라고 걱정섞인 위로를 해주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아빠. 하지만 전 한번도 아빠의 직업에 대해 불평을 해본 적이 없어요. 푸른 제복을 입으신 씩씩하고 늠름한 아빠가 자랑스럽고 멋져요. 아빠는 군복을 입으시고 나라를 지키시지만 저는 커서 훌륭한 컴퓨터박사가 될 거예요. 아빠의 끈기와 인내를 본받아서 말이에요.
 아빠. 며칠 전 저녁 늦게 들어오실 때 발냄새 난다고 코를 잡고 막았죠?
 “아휴, 지독해. 썩는 냄새 같아.”
 철없이 동생과 함께 아빠를 민망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통풍하나 되지 않고 종아리까지 찬 무거운 군화를 신으시고 하루종일 쉴 틈 없이 일하시는 아빠의 발이 편안할 리가 있겠어요? 아빠의 무좀은 그냥 생긴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불평할 때 아빠께서 “미안하구나” 하시면서 화장실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와요. 마음으로는 지금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행동으로 보여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빠는 가끔씩 없는 시간 쪼개서 저희들을 위해 외식도 시켜주시고 이곳저곳을 데려가 주시면서 온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동생과 싸워 엄마, 아빠 마음을 상하게 해 드렸어요. 아빠. 이제부터는 말씀 잘 듣고 동생과 싸우지 않을게요. 약속할게요.
 아빠. 저희는 항상 아빠 곁에 있으니까 나라 잘 지키시고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푸른 제복을 입으신 모습을 보여주세요.
 환절기가 왔으니 감기 조심하시고 엄마, 아빠 행복하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00년 3월 12일
큰아들 범선 올림.
2000-04-18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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