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돌아보며 사는 즐거움
이미자 학부모 (횡성 성북초 6학년 황준범 어머니)
2012-12-24 어린이강원일보
노랑, 빨강, 초록색을 띤 무당벌레 모양의 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선다.
뒷짐을 지고 ‘투벅투벅’,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어기적어기적’, 알록달록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버스에서 내려 열심히 걸어간다.
매주 목요일은 노인복지대학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나는 4년째 노인복지대학에서 영어를 담당하고 있다.
노인복지대학의 학생은 만 65세 이상이다.
처음에는 어르신을 상대로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어르신들께 “어떤 것을 배우고 싶으시냐?”고 여쭤봤다.
한결같이 영어로 대화하기를 희망하셨다.
간단한 인사말이나 짤막한 회화로 수업을 시작했지만, 굳어진 혀가 문제가 됐다.
평상시도 발음이 세어 ‘혀가 말을 안 들어’를 ‘세가 말을 안 들어’라고 말씀하시니 걱정이 됐다.
궁리 끝에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혼자 읽어 볼 수 있도록 영어단어 밑에 발음을 한글로 적어드렸다.
한글로 발음을 읽으시면서 혼자서도 할 수 있다며 만족해 하셨다.
그러면서 영어로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손 떨림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이 혼자서 문장을 써 내려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알파벳을 점선으로 따라 쓸 수 있도록 했다.
“쓰는 게 아니라 그리는 거여”,
“손이 떨려서 못 허겄네”,
“삐뚤삐뚤하게 써서 우째”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르신들은 스스로를 대견해 하셨다.
한 해 두 해 익숙해지면서 단어장도 만들고, 그날 배운 단어들을 활용한 활동지를 완성했다.
영어 종이접기를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손 떨림은 사라지고 글씨를 쓰는 것도, 색칠을 하는 것도 거침없이 할 수 있게 됐다.
“방학이 너무 길어”,
“그동안 배운 거 다 잊으면 우째?”하면서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동안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서 섬기는 마음도 배우고,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마음 안에 촛불을 환히 밝혀두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사람은 사랑받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봉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봉사하는 곳에서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각자의 생활이 바빠서 돌아볼 여유가 없겠지만 한 번쯤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나눠 줄 수 있는 여유를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