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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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점심시간
  • 이예은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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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남부 초등학교 3학년 반 이예은
점심시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도시락을 꺼냈다. 급식소 바닥 공사를 하는 동안이라 집에서 도시락을 싸왔다.
 도시락을 꺼내 열어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반찬은 계란부침, 김, 김치였는데, 밥은? 보온 도시락 밥통에 밥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누가 내대신 먹었을까?' 생각도 잠깐 해 보았으나 그럴 리는 없었다. 유치원 때도 점심을 싸 간 적이 있었는데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무척 당황했다. 한편으로는 창피했다. 점심을 나 혼자 못먹고 있으니까 그 때 보회가 같이 먹자고 해서 몇 숟가락을 얻어 먹으며 고픈 배를 달래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엄마에게 점심 도시락 아야기를 하니 깜짝 놀라셨다.
 어제 저녁에 해 놓은 밥이 많아서 아침밥을 하지 않았고, 도시락에는 묵은 밥 대신 새밥을 싸 주시려고 아침에 다시 밥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밥이 뜸이 들지 않아서 반찬만 싸 놓고 밥은 나중에 싸라고 하시고는 출근을 하셨다는 것이다. 언니는 들었는데 나는 못듣고 보온 도시락을 그냥 들고 학교로 간 것이다.
 엄마는 얼마나 배가 고팠겠냐며 가슴아파 하셨다.
 아주 속상해 하며 무척 미안해 하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일부러 만들어서도 드문 일이니까 추억으로 고이 간직하라고 하며 웃으셨다.
 언젠가 아침을 먹으려고 밥솥 뚜껑을 열었는데 밥이 되어 있지 않고 물에 불은 쌀만 보였을 때, 당황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느꼈던 당혹감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맛있는 밥을 싸 주시려는 엄마의 사랑과 정성은 배고픈 점심 시간으로 엉뚱하게 채워졌지만 다시 한번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나 때문에 점심이 모자랐을 내짝 보회에게 미안함과 함께 그 우정이 너무나 고마운 점심시간이었다.

 

 


심사평 :

우수작 `배고픈 점심시간'을 읽고 참 즐거웠어요.
 날씨도 쌀쌀하고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 글을 읽으니 금방 빙긋하고 웃음이 나와요. 급식소가 공사중이라 도시락을 싸갔는데 그게 빈 밥통이라니….
 그래도 투정하지 않는 아이와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엄마, 그 빈 밥통 때문에 서로에게 연결된 사랑의 끈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빈 밥통 이야기는 두고두고 즐거운 추억이 될 거예요.
-차재연선생님(아동문학가)-

 

 


심사평 :

우수작 `배고픈 점심시간'을 읽고 참 즐거웠어요.
 날씨도 쌀쌀하고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 글을 읽으니 금방 빙긋하고 웃음이 나와요. 급식소가 공사중이라 도시락을 싸갔는데 그게 빈 밥통이라니….
 그래도 투정하지 않는 아이와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엄마, 그 빈 밥통 때문에 서로에게 연결된 사랑의 끈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빈 밥통 이야기는 두고두고 즐거운 추억이 될 거예요.
-차재연선생님(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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