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개의 꿈을 안고
상태바
열두개의 꿈을 안고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4.03.17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균 선생님(평창 거문초등학교)
 “자, 눈을 감아봐~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감은 눈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들고 이어 지저귀는 새소리와 볼을 스치는 봄바람이 느껴진다.

 어제 오후 봄을 재촉이라도 하듯 따사로운 햇살에 교실에서 그냥 있으려니 밖의 풍경이 그냥 두지 않았다. 5^6학년의 아이들을 불러 교실을 빠져나왔다.

 “얘들아, 지금 새싹이 나왔을까? 안나왔을까?”

 “아직 안나왔어요”

 “모두 앉아봐. 거기. 거기 보이지?”

 내가 가리킨 곳을 향해 호기심 어린 열두개의 눈동자가 몰렸고 이내 작고 노란 꽃다지를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렀다. 생명의 신비로움이었다.

 그리곤 자연스레 우린 뒷산 따스한 남쪽 산기슭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골의 아이들이지만 요즘 세상이 시골의 아이들마저 자연의 생명을 느끼지 못하며 자라게 만들고 말았다.

 산을 오르며 벌써 얼굴을 내민 양지꽃이니, 솔이끼니 하는 풀들과 겨우내 나무를 갉아먹고 배설한 동글동글한 토끼똥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발령을 받은지 보름정도. 아직 낯설고 눈설은 이곳에서 올망 졸망한 아이들의 눈을 보며 순수함을 보았고 아이들의 꿈을 보았다.

 등으로 내리는 햇살의 포근함과 따뜻함만큼이나 거문이란 이름이 마음속으로 젖어들었다.

 `앞으로 내가 함께 부대끼고 사랑할 아이들.'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해 힘차게 우리는 발을 내딛었다.

 모두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