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선생님,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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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선생님, 맛있어요!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5.09.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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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옥 수 <서원주초등학교 교사>
옥수수 선생님 맛있어요! 서원주초등학교 교사 김옥수

 “선생님 별명은 옥수수예요”

 1학년 꼬마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습니다. 이가 듬성듬성 빠져서 더욱 귀엽게만 보이는 제자들입니다. 말귀도 잘 못 알아 듣는 천진난만한 1학년 금덩어리들에게 어떻게 하면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여러분, 별명을 재미있게 말해 볼까요?” “네!” 교실이 들먹이도록 대답합니다. 앞에서 뒤에까지 저마다 독특한 별명이 선을 보였습니다. “선생님, 옥수수가 먹고 싶어요” 나는 그 소리를 듣자 “옳지 그렇게 하는 거야” 하고 번뜩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철없던 어린 제자가 또한 의젓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받아쓰기를 하면 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이 그 날의 피로함을 가시게 합니다. 하루 하루 변화해 가는 어린 제자들 모두가 한결같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서 21세기에 걸맞는 국가의 동량감이 되도록 하는 게 작은 소망이고 보면 오늘 내딛는 발걸음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리라 생각됩니다.

 어느 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옥수수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열을 식히며 낟알이 코에 붙어도 알지 못하고 먹는 모습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지금 난 문을 박차고 광야로 뛰어 갑니다. 뭉게뭉게 산자락을 넘을 듯 말 듯 서성이는 구름조각이 있고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속삭이는 어린 제자들의 호흡이 뜨겁기 때문입니다. “옥수수 선생님 맛있어요!”

 잔잔히 밀려오는 순수함의 여운을 음미하며 오늘도 교단의 신성함에 또 한 발을 조심스레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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