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기쁨을 주는 아이 `형진이'
상태바
내게 기쁨을 주는 아이 `형진이'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5.12.07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숙 자 <춘천 교대부설초교 교사>
우리 반 형진은 우리 학교 전국구 인물이다. 형진이를 모르면 우리학교 가족이 아니다 할 만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처럼 학교를 돌아다닌다. 보는 사람마다 다정하게 인사도 잘하고, 아무 선생님한테나 싹싹하게 말도 잘 걸면서 붙임성 있는 행동을 하니까 선생님들이 많이 아끼고 사랑하신다. 형진이는 위에 나이 차가 많은 형과 누나가 있어서인지 여느 아이와는 다르게 형들이나 누나들을 대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가끔 형들에게 대들어서 걱정이 돼 형진이를 앉혀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순순히 수긍을 한다. 형진이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이다. 수업 시간에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팔랑대며 돌아다니고, 발표 시간에는 교실이 떠나갈듯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시켜 달라고 외치지만 막상 발표를 하라고 하면 “그냥 들었어요” 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수업시간에 슬그머니 사라져서 놀다가 들어오는 일도 부지기수라 이런 행동만은 꼭 고쳐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라졌다가 돌아오면 벌을 세우고 한다. 얼마 전 일이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출근이 조금 늦었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이 아프다는 것을 아는지 조용히 앉아서 아침자습을 하고 있는데 형진이가 가만히 내게로 다가와서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다. “이숙자선생님이 안 와서 걱정했어요. 제가 크면 약 사 드릴게요. 다음부터 아프지 마세요” 하면서 내 이마를 짚어 주는 것이다. 그순간 가슴이 뻐근해 지면서 알 수 없는 행복감이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교사들도 아이들이 주는 사랑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교사는 이미 그 존재감이 없지 않나 싶다. 오늘도 형진이는 팔랑대며, 교실의 앞뒤를 돌아다니면서 별 참견을 다 하고 다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