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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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진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07.09.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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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래 선생님(강릉 율곡초등학교 교사)
 5년 전, 동해중앙초등학교에 근무할 때다. 서둘러 출근을 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운동장엔 처음 보는 각종 장비와 30여명의 젊고 건장한 남자들로 꽉 차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도 체육복 차림으로 달리기 형태로 줄을 서 있었고 촬영은 이내 시작되었다.
 아! 얼마나 들떴었나. 며칠 전부터. 우리 반에서 『사진』이라는 뮤직 비디오를 찍는단다. 아역 배우 유승호가 오고 류승원씨가 감독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촬영은 그 날 밤늦게 까지 운동장에서, 우리 반 교실과 복도에서 아이들이 파김치가 되면서 까지 이어졌다.
 스턴트맨인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는 사내아이. 아빠가 위험한 장면을 촬영하다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들이 자라서 스턴트맨이 되어 아빠가 못한 바로 그 장면을 성공시키면서 아빠와의 추억을 사진으로 떠올린다는 내용이다.
 제작사에서 보내 온 완성된 뮤직 비디오 테잎을 보고 또 보면서 『사진』은 우리 반 반가가 되어 목이 터져라 부르고 또 불렀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는 우리를 한 덩어리로 만들어 주었다.
 그 후 강릉으로 전근을 했다. 재작년, 마침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있어 동해에 갔다가 몇 몇 녀석들을 만났다. 금방 돌아 설 요량으로 학교 앞 피자 가게에 데리고 갔다. 녀석들은 서둘러 먹더니 따라 오란다. 조용한 공터로 가더니 나를 삥 둘러서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아이들도 나도 울었다.
 언덕배기에 세워둔 차가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오자, 차를 잡고 따라 뛰면서 울던 아이. 팔을 벌려 차 앞을 가로 막던 아이, 그러다 손을 흔들며 멍하니 서 있던 아이들. 우리는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한 장의 사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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