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6명 최북단 어촌학교…다양한 악기·체험교육 미래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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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6명 최북단 어촌학교…다양한 악기·체험교육 미래가 활짝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2.06.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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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주년 특별기획] 분교 아이들이 꾸는 꿈 (3) 고성 대진초교 명파분교

 

명파분교 전경(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 현장체험학습으로 최북단 제진역을 찾은 명파분교 아이들과 교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화열차 체험 모습. 쉬는 시간 다목적실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아이들이 단소 연주를 하고 있다.

 
민통선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
예능 '1박2일' 소개되며 유명세
금강산 관광 끊긴 후 학생수 급감
 
'요리사·특공대원…' 꿈많은 아이들
피아노·플루트 등 악기 교육 호평
수준별 교육 학력 향상 큰 도움


고성 대진초교 명파분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어촌학교다. ‘최북단'이라는 사실을 몰랐더라도 이곳을 방문하면 자연스레 이곳이 최북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성의 광활한 바다가 훤히 보이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민간인출입통제선이 나오는데 명파분교는 이 민통선에서 차로 고작 3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최북단'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명파분교는 각종 화제의 현장과 함께 했다. 2013년 KBS 예능 ‘1박2일'에서 ‘최북단' 명파분교(당시 명파초교) 학생들과 ‘최남단' 마라도분교 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해 화제를 끌었던 바가 있고, 2014년에는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통일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있는 명파분교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전이 열리기도 했다.

6월 초 이처럼 늘 화제의 중심에 있는 명파분교를 찾아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최북단' 기차역을 찾은 ‘최북단' 학생들=명파분교를 방문한 지난 2일은 마침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으로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을 찾은 날이었다. 제진역은 2007년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끝으로 열차가 멈춰 선 곳이지만 지난해 도교육청에서 이곳을 평화통일체험 교육장인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장으로 조성했다.

개장식 때 명파분교 학생들이 대표로 참석했었지만 당시 정신이 없어 제대로 체험해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최북단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어서일까. 제진역에서 출발해 평양과 백두산, 모스크바, 파리, 런던까지 유라시아 전역을 횡단하는 열차의 지도를 볼 때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북한말 퀴즈와 북한 OX 퀴즈를 풀 때는 모든 아이가 열심히 정답을 외쳐댔다. 이렇게 활기찼던 아이들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 얘기가 나오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최북단에 있는 아이들에게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현실'이었다.

■금강산 관광 끊기자 아이들도 떠났다=실제로 박왕자씨 사건은 명파분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금강산 관광이 시행될 때만 해도 명파리는 매일 4,000여명에 이르는 관광객으로 가득 찼었다. 자연스레 기회를 찾아 명파리로 이사를 오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부모를 따라온 학생들도 마을로 유입됐다. 박왕자씨 사건이 있기 전인 2007년 명파분교의 전교생은 29명에 달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게 됐고, 학생 수도 점점 줄어들게 됐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무산됐고, 2019년 명파초교는 명파분교로 격하됐다.

현재 전교생은 6학년 김하율양, 4학년 김다율·김시우·박준희군, 3학년 서진군, 2학년 김지율군 등 6명이 전부다. 하율양이 중학교로 진학하는 내년에 입학생을 받지 못한다면 통폐합의 기준이 되는 전교생 5명 이하가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많은 학생으로 활기찼던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종복 명파리장은 “15년 전에는 젊은 사람도 많고, 학생도 많아 사람 사는 곳 같았다”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의 꿈=하지만 이곳의 아이들도 멋진 꿈을 꾸고 있다. 명파분교의 홍일점 하율이는 요리사를 꿈꾼다. 요리를 해 본 적은 없단다. 그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 요리사의 꿈을 갖게 됐다. 동생 다율·지율이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는 누나다운 의젓한 꿈이다.

다율이는 처음에는 만화작가가 되고 싶다더니 이내 게임개발자도 꿈이라고 한다.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으나 동갑내기인 준희와 시우가 “다율이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로 만화를 그렸어요!”라고 옆에서 거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다율이에겐 꿈이었다.

준희는 경찰특공대, 시우는 707특수부대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다. 초등학생이 꿈꿀만한 직업인가 싶었지만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눈빛에선 진지함이 읽혔다. 준희는 경찰특공대 지원 자격을 설명하고, 시우는 B-1B폭격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며 제법 구체적인 얘기까지 한다.

구기종목을 좋아하는 막내 지율이는 축구, 야구, 피구에서 모두 선수가 되고 싶다. 꿈을 얘기하는 동안에도 좀처럼 손에서 공을 놓지 않는다. 누나와 형들은 9살 지율이가 월등한 피구 실력을 보여 ‘19살 피구왕'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기특해했다.

올해 막 전학을 온 3학년 진이는 신기하고 재미난 걸 좋아해 장래희망이 과학자다. 또한 “과학자가 돼 현재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는 삶을 살고 싶다”며 각별한 가족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수업=명파분교 아이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고 나면 매일 다른 악기 수업을 받는다. 피아노, 플루트, 바이올린, 하모니카를 비롯한 서양악기는 물론 국악과 사물놀이도 배운다.

자칫 전통음악을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날 있었던 국악 수업에서 다루기 어려운 단소로 ‘밀양아리랑', ‘도라지꽃' 등을 구성지게 연주해 냈다. 매주 목요일마다 배우는 사물놀이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 중 하나로, 각자 맡고 있는 악기를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한 아이들 개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수준별 학습도 가능하다. 엄승용 명파분교 부장은 “아이들마다 수업을 따라오는 속도가 다르지만 속도가 느린 아이들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고, 수업이 끝난 후 따로 학습도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고의 장점은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이다. 전교생이 6명뿐인 덕에 교사 2명의 자동차로도 충분히 현장체험학습이 가능해 매달 체험학습에 나서고 있다. 이번 달에는 수학여행 차원에서 제주도를 방문할 예정인데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 위주로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사를 통해 수학여행을 가야 하는 대규모 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아이들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 전학을 온 몇몇 아이는 이전 학교에서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곳에선 다들 사이 좋게 지내고 있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도 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엄승용 부장은 “소규모 학교로서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살아 있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며 “우리나라 최북단 학교에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권순찬기자 sckw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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