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개대회 우승에 22연승 신화 쓴 6명의 농구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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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개대회 우승에 22연승 신화 쓴 6명의 농구소녀들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2.05.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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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여고 농구부

 

대회 연속 우승에 무려 22연승 중인 춘천여고 농구부. 가운데 김영민 코치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지윤(슈팅가드), 최예슬(포워드), 성수연(포인트가드), 최슬기(포워드), 최서연(포워드), 박성진(센터). 신세희기자

 
전국 4개 대회 연속 우승에 무려 22연승 중. 지난해부터 패한 적이 없는 농구부. 그것도 통상 12명으로 엔트리를 꾸리는 농구에서 6명이 전부인 팀이 이처럼 신화같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도 결과만을 쫓고 허상에 집착하면서 좌절했을 거예요”
 
1일 기자를 만난 춘천여고 농구부 김영민(49) 코치는 만감이 교차한 듯 이렇게 말했다. 2004년부터 19년 간 모교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그는 “기본에 집중하면서 비로소 기준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승리의 비결을 털어놨다. 그랬다. 오늘의 주인공은 ‘춘천여고 농구부'다.

휴일인 이날 학교 체육관에는 유니폼을 갖춰 입은 6명의 소녀가 우렁찬 구호와 활기찬 발걸음으로 코트 위를 휘젓고 있었다. 지난달 전남 영광 스포티움에서 열린 ‘제47회 협회장기 전국 남녀 중고농구대회'(이하 협회장기) 여고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2연패를 달성한 주역들이다.

특히 춘천여고가 협회장기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팀 창단(1947년) 이후 유의미한 대기록까지 달성하게 됐다. 지난해 5월 협회장기 우승을 시작으로 8월 주말리그 왕중왕전, 10월 전국체육대회까지 잇따라 제패한 춘천여고는 이로써 전국 4개 대회 연속 우승에 이어 22연승 기록을 썼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이 팀의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통상 12명으로 엔트리를 꾸리지만 지난해까지 9명이었던 선수 중 올해 3학년 4명이 졸업했고 신입생 1명을 급히 수혈해 6명으로 어렵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 체력적 부담이 크고 5반칙 퇴장 등의 이유로 교체 멤버 등을 감안하면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티고 있는 극한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떻게 올해 전국구 여고 농구 최강자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결과를 안겨준 것은 뜻밖의 ‘코로나'였다.

김 코치 부임 이후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단 한번의 우승도 못하고 준우승 다섯 차례가 입상의 전부였던 이 팀에 2020년부터 코로나로 각종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가 없던 1년이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다.

김 코치는 “그 기간 동안 외부 팀과의 대결 없이 오로지 체육관 내에서 기초 체력 훈련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1대1 맞춤 트레이닝이 됐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이 목표가 된 시점에서 그동안 소홀했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보완·개선할 시간적 여유까지 벌게 된 것. 그렇게 적은 멤버로 기초 운동량을 극대화시킨 결과, 지난해 5월에 협회장기에서 우승기를 휘날렸다. 1996년(추계연맹전) 이후 25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쾌거다.

이번 협회장기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센터 박성진(3년)은 “‘기본에서 시작하고 기준을 갖고 결정한다'는 농구부 사명서에 맞게 할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입생 최예슬은 “언니들과 운동을 할 때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다재다능해 여러모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쉬운 게 정답'이라는 진리를 깨우친 김 코치의 지론 중 핵심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였다.

김 코치와 6명의 소녀는 다시 한번 전국 무대를 평정하기 위해 신발 끈을 조여매고 의지를 다졌다. 춘천여고는 오는 4일 울산에서 열리는 2022 연맹회장기에 출격, 올 시즌 한 번씩 우승컵을 나눠 가진 숭의여고와 조별리그부터 격돌한다. 춘천여고 입장에서는 전국 대회 5개 연속 우승 도전이자 23연승 행진의 시작점이 될 중요한 열전이다.

김영민 코치는 “연습은 실전처럼, 시합은 연습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j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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