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첩첩산중 산골 소년의 꿈, 헬기사업으로 훨훨 날다' 헬기투어 하는 안봉순 강원항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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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첩첩산중 산골 소년의 꿈, 헬기사업으로 훨훨 날다' 헬기투어 하는 안봉순 강원항공 대표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1.09.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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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기가 만난 사람
◇영월 출신 안봉순 ㈜강원항공 대표(왼쪽)가 지난달 25일 춘천 운교동 사무실에서 오석기 본보 사회부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원항공 안봉순 대표가 헬기투어가 진행되고 있는 경북 안동 현지의 헬기장에서 운행프로그램 등을 점검하고 있다, 강원항공 안봉순 대표는 여전히 강원도에서 헬리콥터 사업을 꿈꾼다. 경북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강원항공의 이름을 바꾸지 않은 이유도, 춘천과 안동을 오가는 피곤한 일정 속에서 사무실을 옮기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남덕기자

 

 

 
춘천에는 칠순(七旬)의 돈키호테가 살고 있다. 헬기관광 사업가 안봉순(70)씨가 그 주인공. 지난달부터 경북 안동시에서 헬기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 이름은 ‘강원항공'이다. 사업을 기획하고 처음 안동시청을 찾았을 때 담당 공무원의 첫마디는 “왜 여기까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 묻고 싶었다. ‘왜'인지. 이내 약속을 잡고는 춘천 운교동 사후면세점 2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하늘 아래 첫 동네서 유년시절…한문 배우려 십여리 족히 걸어
혼자 산 고개 넘을땐 무서워 한눈 가리고 땅만 보며 달린 기억

서울~춘천 밀리는 차 안서 군용 헬리콥터 비상 보며 사업 결심
강원 최초 1호 민간헬기 취항…최적의 조건 춘천 제약에 막혀
안동서 첫발 뗐지만 꼭 춘천에 앉혀볼 생각, 회사명도 안바꿔


안봉순 ㈜강원항공 대표가 헬기사업을 구상한 것은 21년 전. 서울과 춘천 사이 고속도로가 없던 시절, 2000년 경춘국도를 타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오던 길에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2000년 여름이었어요. 어느 토요일이었는데 서울에서 춘천으로 내려오는 길이었죠. 토요일이니까 길이 꽉 막혀 있잖아요. 대성리역 부근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군용 헬리콥터 한 대가 청평댐 하류 부근에서 상류로 쭉 올라오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그 순간 앞으로 저거구나 했죠. 바로 헬기사업을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거죠.”

너무나 급격한 전개. 이전부터 고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밀리는 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단 하나의 장면에서 미래를 결정했다는 게 너무나 성급한 것 아닌가 생각됐다. 그래서 되물었다. 망설임 없이 답이 돌아왔다. 맞단다.

“제 고향이 영월군 수주면 도원리입니다. ‘곰내미'라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첫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한문을 가르쳐 주신 훈장님이 계신 성안이라는 곳에 가려면 산과 고개를 넘어 십여리는 족히 걸어야 했어요. 한문을 배우는 3년 동안 어머니와 누님이 많이 고생을 하셨었죠.”

그가 느닷없이 꺼내 든 이 말에 답이 있는 듯했다. 그 시절 어쩌다 서당에서 혼자 돌아오는 날이면 무서워 한쪽 눈을 가리고 땅만 보면서 달렸다는 안 대표의 눈에 물길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헬리콥터의 모습은 엄청난 발견과도 같은 것이었다. 2009년 강원도 최초로 제1호 민간헬기를 취항한 안 대표는 내친김에 2011년에는 무인비행선의 취항과 운영신고까지 마쳤다. 그는 춘천에서의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의 사업이라도 조건이 맞아야 하잖아요. 한강과 팔당댐, 그 다음에 청평댐, 의암댐, 소양댐을 넘어서 물줄기를 타고가면서 산과 호수를 볼 수 있는 코스를 머릿속에 그려봤어요. 그런 면에서 춘천을 거점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설악산을 넘어서 속초까지도 갈 수 있다는 그 그림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춘천을 고집한 거죠. 다른 지자체에서 좋은 조건의 제안이 와도 선뜻 응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안 대표가 이렇게 사업을 구상할 때만 해도 사업에는 빠르게 속도가 붙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춘천에서의 사업 시작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어렵게 여러 번의 시도를 해봤지만 번번이 어떤 벽에 가로막혔고 실제 실현되지 못했다.

“(춘천)구봉산에서 시작을 하려고 하다가 여러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됐죠. 또 춘천의 어떤 곳이 가능하다는 구두 약속을 받고 시험운항을 하기 위해 준비하다가 바로 직전에 민원이 들어와 못한 적도 있고요. 제안을 받은 어떤 곳은 또 착륙장으로 쓰기에 불가능하기도 했고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저렇게 여러 시도를 해 보다 결국 깨진거죠. 정말 춘천 근교에 헬리콥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산이라는 산은 다 뒤져봤습니다.(웃음)”

안 대표는 춘천을 뒤로하고 사업을 하기 적합한 곳을 찾아 전국을 떠돌기 시작했다. 조건에 부합하는 장소를 찾는 것은 춘천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자체의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조건들이 발목을 잡곤 했다.

“경북의 한 지자체에서는 면장부터 마을지도자, 의장협의회까지 나서 자신들의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쳇말로) 아주 난리가 났었죠. 그런데 거기를 왜 못 갔냐.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역의 대부분이 비행금지구역인 거예요. 우리가 오는 걸 환영해 주고 주변 민원을 다 막아주겠다고 한 곳이었는데 아쉬웠죠.”

그 다음으로 문을 두드린 곳이 안동이었다. 왜 하필 경북 안동에 가게 됐냐고 물었다. “안되니까. 이곳도 안 되고 저곳도 안 되니까.” 긴 탄식과 함께 답답함이 짙게 베어나는 답이 돌아왔다.

“(안동은)헬기가 사용승낙서가 나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산불로. 안동은 원래 뜨던 곳이니까 되지 않나 싶어서 제안이나 해보자 한 거죠. 너무 지치니까 일단 한번 시도라도 하자 그랬는데 바로 된 거죠. (게다가) 토지 사용승낙서를 받은 분과 제가 아는 사이여서 (사용문제도)30분만에 얘기가 끝난 거예요. 너무 얼떨떨했어요. ‘우리(헬기)가 거기 앉게 되는 거야?' 생각했죠.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결국 안동에서 첫발을 떼게 된 강원항공의 헬기투어는 그렇게 시작됐다. 안동문화관광단지 일원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관광 프로그램을 시작한 안 대표는 투어의 범위를 점차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600m 상공에서 임하호와 안동호, 임공모래섬,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등 안동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울릉도나 독도를 관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별도 개발해 연내 서비스될 수 있도록 지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동시에서도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안 대표는 여전히 강원도에서의 헬리콥터 사업을 꿈꾼다. 경북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강원항공의 이름을 바꾸지 않은 이유도, 춘천과 안동을 오가는 바쁘고 피곤한 일정 속에서 사무실을 옮기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는 하늘길밖에 없다. 앞으로는. 그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산이 많은 강원도는 더더군다나 말할 나위 없죠. 관광은 물론이고 인명구조와 응급환자 수송, 화물수송, 산불감시 등 모든 방면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서울로 급히 옮겨야 할 환자가 있을 경우 헬기가 (서울에서) 오는 시간이면 여기서 떠서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이잖아요. 아무튼 지역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저는 꼭 춘천에 (헬기를) 끝까지 앉혀 볼 생각입니다.”

안 대표는 그의 에세이집 ‘내 마음 열 열쇠'에서 “어린 나이의 누님이 동생을 데려다 주기 위해 산을 넘어 십여리 길을 다닌 것을 회상할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누나의 손을 잡고 산길을 걸었던 첩첩산중 산골마을 한 꼬마의 생각이 헬리콥터 사업으로 자라나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지.

오석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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