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우체통-안부를 전합니다]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이 고비도 지나갈 겁니다 여러분,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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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우체통-안부를 전합니다]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이 고비도 지나갈 겁니다 여러분,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1.01.15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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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었는지…
힘들고 속상했을 그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런 세상 살게 해 어른으로서 참 미안합니다
그리운 일상 돌아가기엔 시간이 더 걸릴 거예요
조금만 더 힘을 내줘요, 마음 다해 살피겠습니다
웃으며 학교 가는 날, 봄이 시작될 겁니다

 

사랑하는 강원도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교육감 선생님입니다.

강원일보에 실린 원유림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교육감 선생님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 편지를 씁니다.

올겨울은 눈이 자주 내리네요. 조용히 내려앉는 눈은 참 탐스러운데 어른들은 눈이 쌓이면 걱정부터 하지요. 길이 미끄러워 자동차가 다니기 힘들까봐 기계로 눈을 치우고, 미끄러워 넘어질까 봐 골목길에 연탄재를 뿌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은 딱히 눈을 치울 필요가 없어요. 왜일까요? 밤새 이불처럼 쌓였던 그 차가운 눈도 여러분이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며 신나게 뛰어놀면 금세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코로나로 어른, 아이, 우리나라, 다른 나라 할 것 없이 힘든 이때가 함박눈이 계속 내리는 겨울 같은 것은 아닐까. 눈은 언젠가 그치고 또 봄이 오면 녹고 말지요. 그러니 지금처럼 힘겨운 상황도 언젠가는 끝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처럼 행복한 순간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운동장 쌓인 눈 따위 금세 녹여낼 수 있는 여러분의 씩씩함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 작년 한 해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지요? 교실에서 간식도 나눠 먹지 못하고, 친구와 손을 잡을 수도, 안아 줄 수도 없었습니다. 가까이 앉아 터놓고 이야기도 못 하고, 그저 학교를 갈 수나 있으면 다행이었지요. 이름도 낯선 원격수업을 해야 해서 선생님과 얼굴 맞대고 웃으며 배우는 시간도 줄었습니다. 한 해가 어찌어찌 가기는 했는데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었는지 갸우뚱하기도 했을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는 게 어려운 친구도 있었겠지요. 많이 힘들고 속상했을 그 마음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런 세상에 살게 해 어른으로서, 선생님으로서 여러분에게 참 미안합니다.

지금처럼 감염병이 인간을 위협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인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했지요.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함부로 사용한다면 몇십 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 기후가 변하고,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멸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편하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생활에 모두 익숙해져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고 그게 결국 우리 몸에 다시 들어와 건강을 심각하게 해친다고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어른들보다 미래를 살아갈 여러분에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레타 툰베리 같은 소녀는 세계 정상이 모인 UN총회 자리에서 따끔하게 호통을 치기도 했지요.

인류는 이제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야 합니다. 예전처럼 지구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연 그대로를 존중하는 것이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간격'이라는 시에서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울창한 숲의 나무들은 빽빽하게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고 그 간격이 모여 숲을 이루는 법이지요. 우리 공동체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그럴 것입니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빈틈이 우리를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져서는 결코 안 되겠지요. 우리는 서로 위안과 용기를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교육감 선생님이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미안함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을 위로하고 힘을 주기 위함입니다.

여러분, 힘든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올 한 해도 당분간 원격수업과 등교를 함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세요. 교육감 선생님은 여러분이 어떠한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고, 소외되거나 차별받지도 않고 즐거운 배움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살피겠습니다. 강원도교육청에 속한 선생님 모두 진심을 다해 여러분의 안전하고 행복한 교실을 지키겠습니다.

올겨울 유독 춥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새 학년을 맞이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웃으며 학교에 가는 날, 모든 학교에 봄이 시작될 것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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