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한글교육책임제' 결실…학교 기초학습능력 크게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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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한글교육책임제' 결실…학교 기초학습능력 크게 향상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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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문화·조손가정 증가로 아동 한글 해득·읽기능력 저하
도교육청 초등 저학년 담임교사 대상 한글문해교육연수 운영
난독위험군 학생 맞춤형개별지도로 유창하게 읽는 단계 발전
아동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 재구성·한글 학습시간 확보 과제
◇도교육청에서는 한글교육책임제를 통해 한글교육과 읽기 유창성교육, 난독 학생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은 원주 교동초교에서 초등 1학년 한글 교육이 이뤄지는 교실 모습.
◇도교육청에서는 한글교육책임제를 통해 한글교육과 읽기 유창성교육, 난독 학생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은 원주 교동초교에서 초등 1학년 한글 교육이 이뤄지는 교실 모습.

속초 청봉초 허은종 교사가 2018년에 만난 재연이(가명)는 오늘 배운 것을 다음 날이면 잊는 아이였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받침을 잘 읽지 못했다. 허 교사는 재연이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준비하고 그림책 읽어주기, 보드게임 등을 하며 한글교육을 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허 교사는 재연이를 이대로 2학년에 올려보내자니 너무 안타까웠다. 이에 학부모의 허락을 받고 2월에 주 2회씩 가정방문을 하며 재연이를 가르쳤다. 지도하는 모습을 학부모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했고, 재연이가 읽은 것을 학부모가 녹음해 주면 다시 전화로 상담을 했다. 허 교사는 “확연하게 읽기 능력이 늘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고, 잘 따라와준 재연이가 고마웠다”고 밝혔다.
 
■다문화·조손 가정 증가, 전국 최초 ‘한글교육책임제’로 대응=최근 몇 년 사이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등의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습 능력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대식 경인교대 교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평가 결과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로 볼 수 있는 1수준 이하 학생들이 2006년 5.7%에서 2018년 15.1%로 3배 가까이 늘었다”며 “기초학습능력 형성에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거나 재교육 시킬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초등 저학년에서 한글 해득과 읽기 능력을 확실히 잡지 않으면 초등 고학년 때 본격적인 학습 부진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도교육청이 2017년 한글교육책임제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한 배경이다. 전국 최초였다. 공교육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초등 1~2학년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기본-심화-전문가 과정의 한글문해교육 연수를 운영하고, 입학적응기에 집중적으로 한글교육을 할 수 있게 시간과 교재를 마련했다.
 도교육청 손정환 장학사는 “사실 예전에는 한글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별로 없어서 교원양성기관에서도 한글지도에 대한 교육과정이 없었다”며 “최근에는 한글문해교육 연수 이수자들이 늘면서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난독 위험군 학생 대상 60시간 이상 임상 연구 수행=한글교육 연수뿐만이 아니다. 도교육청은 읽기가 잘 안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60시간 이상 체계적인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한글문해 전문교사들도 양성 중이다.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글교육 뿐만 아니라 읽기·쓰기가 더딘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도 또한 강화하고 있다.
 
올해 20년 차에 접어든 홍천 모곡초 오승규 교사도 지난해 1학년을 맡으면서 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한글문해교육 전문가 과정을 신청했다. 예비소집일에 만난 학생 4명 중 2명이 한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심정으로 연수를 신청했다는 오 교사는 “주로 고학년만 맡다보니 그동안 한글교육과 조금 떨어져서 지냈는데 한글문해 연구회도 가입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처음 입학했을 때 자기 이름도 겨우 그리던 아이가 점심시간에 급식 메뉴를 읽고 좋아하는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보람도 느꼈다. 이제 오 교사는 혹시 내년 스승의 날에 또박또박 눌러쓴 감사편지를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는 작은 소망도 갖게 됐다.
 
원주 단계초 심현경 교사는 “모음을 떼는데 1년 9개월, 자음을 떼는데 3개월이 걸렸던 난독 학생이 드디어 받침을 떼고 한글을 해득했다. 기뻐서 결과지를 기념으로 뽑아주었는데 학생이 결과지를 받아서 술술 읽더라. 정말 벅찬 순간이었다”며 한글교육책임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한글 해득을 넘어 읽기 유창성으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한글교육은 단순히 한글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뜻을 이해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속초 영랑초 최희현 교사는 “1학년과 2학년의 한글교육은 다르다”며 “1학년이 한글 해득을 목표로 한다면 2학년은 글을 유창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2학년인데도 글을 유창하게 읽지 못하는 학생들은 개별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 교사는 “손힘이 약해 선 긋기를 어려워하는 아이, 글자를 알아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 잘 읽고 쓰는 아이 등 학생들의 수준은 다양한데 교과서는 한 번의 연습으로 한글을 다 읽고 쓸 수 있는 것처럼 돼 있다. 그래서 교과서를 재구성해 학생 맞춤형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이런 지도에 익숙치 않은 학부모님들도 계시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글이 더딘 아이들을 위한 학습시간 확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대식 교수는 “읽기, 쓰기, 셈하기와 같은 기초학습기능 측면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려면 늦어도 초등 2학년을 넘기면 안되고 최소한 주 3회, 회당 40~50분 이상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심 교사는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교사의 학급운영 자율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며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전담교사를 두고 담임교사와 함께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현정기자 hyun@kwnews.co.kr

강원도교육청 한글교육 지원시스템

▷입학적응기 한글교육 시수 확보

▷한글교재 '찬찬한글', 학습꾸러미 배부

▷온라인 콘텐츠 '찬찬한글 지도법' 제공

▷읽기유창성 지원 시스템 개발

▷교원 연수 운영(기본-심화-전문가)

▷초등학교 협력교사제 운영(135명)

▷한글문해 전문교사 양성(56명)

▷전문기관 연계 난독학생 지원

▷한글해득 현황 조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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