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교사들이 말하는 '원격 수업'의 현재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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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교사들이 말하는 '원격 수업'의 현재와 과제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0.06.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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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 시대 강원교육의 패러다임을 찾다

              ◇강릉 한솔초교 김영삼 교사의 체조수업.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달라진 분야가 있다면 바로 ‘교육’이다. 다섯 번의 ‘개학 연기’가 이루어지고 지난 8일 모든 학생의 등교수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원격 수업이 병행되고 격일·격주 등교 등 수업 방식도 다양해졌다. 이런 경험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비롯해 학교에 무엇을 남겼을까. 강원도교육청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를 맞아 변화하고 있는 교육의 패러다임에 맞춰 새로운 강원 교육의 길을 찾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코로나 뉴노멀’ 시대에 교육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강원도 내 학교 교사 4명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도내 교사 2,178명 대상
원격수업 이후 교육 변화 설문

'남은 자산' 질문에 55.6%
"교과서 외 다양한 자료 제작"

'학교에 어떤 변화' 물음엔
62.5% "평시에도 온라인 이용"
29.7% "교육과정 재구성·협업"

학생간 교육격차 해소 줄이고
학급 규모 축소 과제로 남아
도교육청 새길 찾기 첫 발


■다양한 자료 활용, 교사간 협업은 원격수업이 남긴 자산=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사이트를 통해 강원도내 교사 2,178명(초교 924명·중학교 576명·고교 597명)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이후 교육의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원격수업에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이냐(중복응답 가능)’는 질문에 응답자의 55.6%(1,211명)가 ‘교과서 외 다양한 자료를 제작하고 활용한 경험’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ICT 활용 능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8.7%(1,061명)였으며,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경험’은 41.5%(903명), ‘동료 교사들과 함께한 협력의 경험’은 28.9%(630명), ‘학생 개개인에게 해준 개별 피드백의 경험’은 20.6%(449명)를 차지했다.
 
김진 강원중 교사는 “이번에 새로 접한 교육사이트도 많고, 수업자료를 만드는 능력이 정말 많이 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임형빈 강원사대부고 교사도 “같은 과목 선생님 3명이 한 단원씩 맡아 수업자료를 만들었는데, 서로 피드백해주며 수업자료를 같이 만든 건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물론 원격수업에 맞게 수업자료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지은 금병초교 교사는 “같은 학년 선생님과 다섯 과목씩 맡아 수업자료를 만들었는데 원격수업을 하는 동안 대여섯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며 “작은학교는 근처에 있는 학교끼리 연대해 수업자료를 함께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원격수업은 변화의 시작=‘원격수업의 경험이 학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느냐(중복 가능)’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2.5%(1,361명)가 ‘평상시에도 온라인 과제 수행과 다양한 콘텐츠 등이 수업에 활용될 것’이라 답했고, 29.7%(647명)가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사 간 협업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학교의 역할이 축소되고 온라인교육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는 28.2%(615명),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는 11.9%(260명), ‘수업 및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업무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11.3%(247명)였다.
 
김진 교사는 “담임으로서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은 이후에도 계속 활용할 것 같다”며 “학교에서 말 한마디 못했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일대일로 얘기해주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기타의견으로 많이 나온 얘기 중 하나는 ‘학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민천홍 남산초교 교사는 “학교가 사교육 시장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의 교육을 해야 하고,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동료 교사들과 협동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교육의 변화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격차는 해결해야 할 과제=원격수업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드러냈다. 등교 이후 그동안 미뤘던 수행평가를 치르느라 바쁜 학교의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민천홍 교사는 “곧 정상화가 될 거라며 등교를 조금씩 미루는 방식으로 왔기 때문에 모든 게 흐트러진 것”이라며 “좀 더 시간을 두고 미리 알려줬으면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을 텐데, 긴급하게 시작하니까 수업을 어떻게 할지, 수행평가는 어떻게 할지 많은 교사가 상상할 틈이 없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등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치러야 하는 수행평가와 여러 시험은 교육격차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자기주도학습이 되는 학생과 아닌 학생, 학원을 다니는 학생과 아닌 학생, 가정의 돌봄이 이루어지는 학생과 아닌 학생 간 격차가 원격수업으로 더 커졌을 것이라는 우려는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원격수업이 학생간 교육격차를 심회시킨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72.2%(1,572명)의 교사들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14.3%(311명)였다.
 
임형빈 교사는 “교육이 단방향성이라면 사교육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원격수업도 우리 교육의 한 부분으로 안고 간다면 진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학급 규모 줄이는 건 선택 아닌 필수=다시 언제든지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엇부터 바꿔나가야 할까. 민천홍 교사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학교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얘기했다. 소그룹으로 등교를 해서 교육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박지은 교사도 “20명의 학생들과 쌍방향 수업을 했더니 생각보다 힘들었다”며 “학생수가 적으면 쌍방향 수업도 효과 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형빈 교사는 “학교 교육의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격수업이 가장 이상적으로 정리되는 것은 이걸 시발점으로 우리 교육의 변화까지 나아가는 것인데, 그게 아니더라도 혹시나 또 이런 일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구체적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것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다. 학교가 옛날의 역할로 돌아가거나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학교는 정말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게 걱정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현정기자 hyu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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