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 짐을 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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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 짐을 풀며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0.05.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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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출신 전영근 `정물展'

 

 

◇전영근 작가가 오는 13일 `정물展'을 통해 선보이는 `습작 24pieces(2020년 作·오른쪽 사진)'. 왼쪽 두 작품은 그가 앞서 그린 `정물(2006년 作·왼쪽)'과 `참새가 보이는 들판(2015년 作)'으로 이번 전시작과 결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자동차 위에 한가득 짐 꾸러미를 싣고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한 편의 동화처럼 담아 온 원주출신 서양화가 전영근이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본류인 정물(靜物) 작업으로 돌아왔다.

오는 13일부터 서울 갤러리진선에서 전영근의 개인전이 열린다. 한 달 보름간 이어지는 전시회 타이틀은 `정물展'. 부제는 `일상이 의미가 되는 순간'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여행길에 있었다. 작품에는 어김없이 폭스바겐 비틀을 닮은 아담하고 깜찍한 자동차가 등장했고 그 위에는 낚싯대며 우산, 가방, 담요까지 온갖 짐이 한가득 올려졌었다. 그것이 한동안 전영근 작업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동차는 고즈넉한 풍광을 옆에 끼고 유유자적 유랑하고 산길에 오르고, 아름다운 바닷가 도로를 내달렸다.

전영근은 차 위에 켜켜이 쌓아 올려진 물건들을 두고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을 데리고 떠나는 강제(?) 여행. 주고 싶은 잠시의 여유.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과 희망이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작가 본인에게 주는 휴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는 한껏 올려놨던 짐들을 내려 풀어놓고 그들의 자리로 돌려보낸다. 일상으로의 복귀다.

그런데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전영근의 이전 정물과는 다소 결이 달라보인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위태롭게 쌓여있던 물건들은 이제 하나씩 정리된 모습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등장한다. 마치 김춘수 시인의 시(詩) `꽃'에서처럼 작가의 작품에 들어오면서 하나의 의미로 자리잡는 것이다.

전시를 소개하는 어려운 글보다는 전영근의 2000년대 중후반 정물과 본격 여행을 소재로 그린 작품, 그리고 이번 전시에 선보일 정물을 시간 순으로 비교(블로그:blog.naver.com/vincent4001)하면서 보면 재미가 더 쏠쏠할 듯하다.

전영근은 중앙미술대전 특선, MBC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다.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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