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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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날 (하)
  • 이정순
  • 승인 2020.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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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고집쟁이를 어떻게 하지?’

은근히 머리가 아파올 무렵 희준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와 입을 열었다.

종석아, 나 얘 왜 잘 우는지 안다.”

정말이야? 왜 그런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희준이는 내 손목을 잡고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 누가 들을까봐 두리번거리며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시우 쟤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야. 시우 아빠가 멀리 일 하러 가서 집에 안계신대. 엄마는 일한다고 매일 밤늦게 들어와 집에 가도 아무도 없고. 불안해서 우리들한테 투정을 부리고 그러는 거야.”

? 정말이야? 너 그걸 어떻게 알아?”

나도 우리 동네에서 들었어. 그리고 쟤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에게 전화해서 빨리 집에 오라고 신경질 부리잖아. 학교 마치고 집에 가도 아무도 없다고 얼마나 떼쓰는지 몰라.”

희준이는 시우에 대해 모든 걸 잘 안다는 듯이 입을 쩝쩝 거리며 말했다.

그래, 그랬구나. 다 이유가 있구나.”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희준이의 말을 듣고 보니 시우가 왜 요즘 부쩍 더 손톱을 물어뜯고 신경질을 잘 부리며 우는지 어렴풋이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아빠와 헤어지고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되면서 마음이 많이 불안했었다. 엄마에게 짜증 부리며 부둥켜안고 참 많이도 울었다.

시우 쟤 우는 이유가 다 사랑을 받고 싶어서 그래. 자기 성질대로 안 되면 고집 피우고......”

그래. 그렇겠지. 알겠어.”

나는 말끝을 흐리며 시우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훌쩍훌쩍 거리며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니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자꾸만 더 커졌다.

시우에게 무엇이라도 주고 싶었다. 언뜻 며칠 전 독서퀴즈대회에서 상품으로 받은 사탕이 생각났다.

시우야, 이거 먹어. 애들 없을 때 얼른.”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자 시우는 신기하게도 울음을 그치고 얼른 사탕을 입속으로 쏙 넣었다.

고마워.”

시우가 인사까지 했다.

, 다행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사탕 한 알이 마법을 부리는지 시우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난 정말 시우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엄마가 나에게 잔소리 하는 것 처럼 다짐을 주었다.

시우야, 너 앞으로 정말 울지 마. 안 울면 그때 또 사탕 줄게.”

. 알겠어.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떻게 하냐?”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눈물을 참는 게 참 힘들지. 나도 그랬으니까.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나도 다 안다고. 그래도 울지 말라고.”

지금 시우의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과 꼭 닮아 있다. 한동안 기가 많이 죽어 있던 내 모습까지도. 난 시우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씩씩한 모습으로 나랑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울보 시우! , 웃어 봐. 씨익 이렇게

내가 V자를 그리며 웃자 시우도 따라 웃었다.

, 너 그렇게 웃으니 참 잘 생기고 멋지다.”

헤헤. 우리 엄마도 내가 잘 생겼대.”

시우가 신이 나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시우가 수줍어하며 생글생글 해맑게 웃으니 참 좋다. 이제야 좀 내 마음이 놓인다. 시우와 마주보며 웃다가 부르던 노랫소리가 교실 창문 밖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 틀림없다.

 

이정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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