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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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날 (상)
  • 이정순
  • 승인 202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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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또 울지?”

누군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시우다. 며칠 전에는 독서 퀴즈대회에서 사탕을 못 받았다고 한 시간쯤 울던 아이다.

헉헉. 엉엉.”

어휴, 정말 쟤 왜 또 우는 거야? 오늘은 또 무슨 일이래?”

아이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했다. 그만큼 시우는 잘 우는 아이로 통한다.

누가 달래 봐.”

난 몰라. 나도 지쳤다고.”

쟤 고집 센 거 몰라? 아무 말도 안 들어. 난 시우가 울든 말든 이제 모른 척 할 거야.”

몇몇 여자 아이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쌀쌀맞게 굴었다. 어떤 짓궂은 아이들은 일부러 시우 앞에서 우는 시늉을 하며 놀리기까지 한다. 난 심드렁한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따라 시우의 울음소리가 여간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너무 자주 울어서 탈인 녀석. 차라리 귀라도 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난 시우의 이런 모습이 못마땅할 뿐 이다.

지난달 시우가 전학을 오면서 우리 반에는 울음소리가 자주 났다. 친구가 조금만 놀려도 울고 선생님이 뭘 하라고 해도 저 마음에 안 들면 막무가내로 울기부터 하는 좀 특별한 아이다. 어둔 얼굴에 큰 눈을 끔벅이며 꾸물거리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 할 때가 많은 시우. 그림을 그려도 온통 시커먼 검정색으로 칠해서 우리를 놀라게도 한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끝까지 저하고 싶은 대로 도화지를 채우는 녀석. 하여튼 못 말린다. 화장실도 혼자서는 못가겠다고 발을 동동 굴러 꼭 친구나 선생님의 손을 잡고 가다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뭐가 무서운지 모르겠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다. 시우가 오래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자 난 가슴이 너무나 답답해서 가슴을 톡톡 치며 말했다.

완전 울보다 울보. 너무 심하네.”

오늘은 자기가 만들었던 작품을 누가 망가뜨려서 운다고 했다. 속이야 상하겠지만 새로 만들면 간단히 풀릴 문제를 왜 울기만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말이다.

내가 이거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 몰라요. 우리 엄마에게 자랑할 거라고요. 엉엉.”

그랬구나. 시우야, 지금 다시 해도 늦지 않았어. 시간 줄게. 다시 해 봐. ?”

선생님이 이렇게 다정하게 달래 보았지만 시우는 들은 척도 안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요. 아까처럼 똑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못 만들 거 같단 말이에요. 엉엉.”

선생님이 재료를 새로 갖다 주고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용기를 주어도 고개만 젓고 모든 걸 싫다고 발버둥치는 녀석이 밉다. 거기에 눈물 콧물을 쏟아 내며 계속해서 악을 쓰듯 대드니 더 얄밉다.

그럼 어떻게 하니?"

달래고 달래던 선생님도 이제 지쳤는지 많이 피곤해보였다. 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두 주먹을 쥐며 큰 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어쩌라고?”

그 때 시우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억울한지 가슴까지 치며 더 크게 울었다.

엉엉. 넌 상관하지 마.”

, 정말 난 저렇게 우는 아이는 첨 본다. 그만 좀 해."

"정말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왜 저렇게 우는지 모르겠어. 내 동생 같으면 한대 쥐어박는다.”

구경하던 아이들이 또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툭 던지고 우르르 교실 밖으로 뛰어 나가자 시우는 내게 눈을 흘겼다. 도와준다고 해도 싫고 이것저것 다 싫다 하니 정말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선생님도 교무실에 일이 있다고 나가시면서 나에게 시우를 달래보라고 부탁하셨다. (다음편에 계속...)

 

이정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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