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바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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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바위(하)
  • 이정순
  • 승인 202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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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이 오늘 학교에 안 나왔는데 무슨 일 있나요?”

지환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눈을 굴리며 말했다. 재석이 엄마는 몇 번이나 콧물을 훌쩍 이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 재석이가 많이 아프단다.”

재석이가 많이 아파요? 우리 반에서 제일 튼튼하고 힘도 센데......”

지환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서 또 물었다. 자꾸만 뭔가 궁금해졌다.

실은 덩치만 커지 힘은 세지 않아. 겉으로는 그렇게 보여도 재석이는 아픈 곳이 많은 아이란다.”

재석이 엄마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정말요?”

. 그래. 근데 넌 여기 와서 무슨 기도를 했니? 아까 보니 아주 심각한 얼굴로 기도를 하던 것 같은데.”

그 그냥요. 공부 좀 잘 하게 해달라고 기도드린 거예요. 또 우리 엄마랑 행복하게 잘 살게 해달라고요.”

이렇게 얼버무리듯 말하던 지환이는 말까지 더듬거리며 얼굴이 빨개졌다. 재석이 엄마가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콩콩 뛰었다. 떨리고 무섭기도 했다.

그렇구나. 지환이가 참 착하고 기특하구나. 우리 재석이도 어서 아프지 말고 철이 들어야 할 텐데.”

재석이 엄마는 말끝을 흐리시더니 자리를 뜨면서 지환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지환아, 우리 재석이랑 앞으로 잘 놀아주고 사이좋게 지내줘. 좀 심술궂기는 해도 마음은 착해. 나도 우리 재석이 한테 지환이랑 잘 지내라고 일러줄게.”

, 네 잘 알겠습니다.”

지환이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재석이 엄마가 멀어지자 지환이는 비로소 한숨 돌렸다. 긴장했던 마음이 좀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는 재석이에 대한 걱정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 재석이가 많이 아프다는 말에 불안한 마음만 가득 들었다. 나쁜 마음을 먹으면 나중에 꼭 자신이 벌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떨었다. 이번에는 다시 마음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신령님, 신령님, 제발 재석이가 건강 해 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발요.’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재석이의 자리는 또 비어 있었다. 다음날도 결석을 했다. 재석이는 많이 아파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지환이는 날마다 바위 앞에서 재석이가 어서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곤 했다.

일주일 쯤 지났을 때 재석이가 학교에 왔다. 지환이는 재석이를 똑바로 쳐다 볼 수 가 없었다. 재석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는 체를 할 수가 없었다. 지환이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왔다. 뒤에서 재석이가 불렀지만 지환이는 못 들은 체 하며 무작정 바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신령님, 우리 재석이가 건강하게 돌아와서 기뻐요. 제 소원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환이는 울먹거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를 올린 덕분에 재석이가 무사히 돌아온 것 같아 너무나 기쁘고 다행이었다.

지환아, 너 여기서 뭐하니?”

뒤돌아보니 재석이가 씩 웃고 있었다.

아 아냐. 아무것도.”

지환아, 병원에 있어보니 내가 너에게 잘못한 일이 줄줄이 떠오르더라. 그동안 너 힘들게 해서 미안해.”

재석이는 오른 손을 내밀며 사과를 했다. 흠칫 놀란 지환이는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야. 미안한건 바로 나지. 나도 잘못한 일이 있으니까.’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잘못한 일은 또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재석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때 지환이는 얼른 입을 막았다. 하마터면 재석이 아프라고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올 뻔했기 때문이다. 지환이는 바위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부터 난 이 바위를 친구바위라 부를 거야. 내 소원을 들어준 고마운 바위니까. 히히.’

지환이는 슬그머니 재석이의 손을 잡으며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정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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