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일기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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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일기장(하)
  • 이정순
  • 승인 202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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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느낌이 이상해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지?”

엄마는 혜은이를 다시 유심히 바라보며 묻습니다. 하지만 혜은이는 쉽게 입을 열지 않습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갑니다.

너 혹시?”

엄마는 갑자기 말끝을 흐리며 혜은이를 똑바로 쳐다봅니다. 그제야 혜은이도 겁이 나는지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합니다.

엄마 왜 나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나 얼마 전에 엄마의 일기장 보고......”

혜은이는 말을 하다말고 끝내 목소리가 떨리더니 큰소리로 엉엉 울고 맙니다. 엄마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엄마는 얼굴을 감쌉니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래....... 네가 이상해진 게 다 그 일기장 때문이었구나.”

.”

그랬구나. 내 짐작대로 네가 이 엄마의 일기장을 보고 말았구나. 네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엄마는 한참동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내쉽니다.

혜은아, 이제 너도 알았는데 뭘 더 숨기겠니? 그래 다 말해 줄게. 난 영원히 비밀로 하고 싶었어. 왜냐고? 난 네가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스러웠어. 이 엄마는 몸이 안 좋아 아기를 낳을 수가 없었어. 내가 널 처음 본 순간 내 가슴이 뛰었지.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아이, 너를 잘 키워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널 키우게 된 거야. 넌 누가 뭐래도 나의 소중한 보물이고 내 딸이야!”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던 엄마는 끝내 눈가를 훔칩니다.

혜은아 많이 놀랐지? 사실 나도 너 키우면서 매일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야. 너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지. 남에게 손가락질 안 받게 하려고 너에게 때로는 엄하게 하고 칭찬도 아낀 거야!.”

엄마는 혜은이를 반듯하게 잘 키우고 싶었다고도 합니다. 지금 열심히 일하는 것도 다 혜은이를 위한 일이라고도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혜은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친구가 하던 말이 불현 듯 스쳐지나갑니다.

난 엄마랑 사는 아이들이 제일 부러워. 난 엄마 얼굴도 기억이 안 나거든.”

엄마가 곁에 있어도 소중한 걸 몰랐던 혜은이는 이제야 친구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혜은이에게 이제 더 이상 숨길 게 없으니 마음이 편하구나. 누가 뭐래도 넌 내 딸이고 난 너의 엄마야. 우리 더 이상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고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그냥 잘 지내자 혜은아 응?”

엄마는 손을 내밀어 혜은이의 손을 잡습니다. 고개를 숙인 혜은이는 어느 사이 마음이 좀 풀렸는지 손등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엄마는 따끈한 피자를 한 조각 떼어 혜은이의 입에 넣어줍니다. 혜은이의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묻어납니다.

엄마, 나 사실 우리 학교 전교생이 다 보는데 엄마에게 꽃다발 받아서 엄청 좋았어. 엄마 고마워요.”

엄마의 손을 잡고 혜은이는 집으로 향하면서 엄마가 건네준 꽃다발 향기를 맡으며 배시시 웃습니다.

꽃다발 받아서 그렇게 좋았어? 혜은아 사실은 말이야. 너의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랬지. 나도 너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 읽었는데 어쩌지? 미안해서 어쩌나. 너의 속마음을 다 알고 말았으니. 호호

뭐라고요? 정말이에요. 잉잉. 난 몰라. 어쩌면 좋아. , 엄마 밉다고 엄청 썼는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말을 할 수가 없을 때는 비밀 일기장에 글로라도 적어 놔. 이 엄마가 다 읽어줄게.”

엄마는 혜은이를 약 올리며 갑자기 저만큼 달아납니다. 가다가 멈칫멈칫 하던 혜은이는 들뜬 목소리로 엄마를 크게 부릅니다.

엄마 우리 손잡고 같이 가요. ?”

혜은이는 엄마가 건네준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엄마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엄마의 비밀 일기장을 본 후로 이렇게 환하게 웃어 보기는 처음입니다. 혜은이는 꿈을 꾸는 듯합니다.

 

이정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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