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게 없는 움직이는 영어 교실…가르침 효율 등급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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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는 움직이는 영어 교실…가르침 효율 등급 100%”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2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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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놀이를 접목한 영어 수업은 모든 학생이 기다리는 즐거운 시간이 됐다. 춘천=신세희 기자

“드르륵~ 드르륵~ 와~ 헬로우! 소피아 티처(Hello, Sophia Teacher).”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카트에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주인공은 영어전담 양지혜(41) 교사. 춘천 만천초교의 `카트 끄는 선생님(?)'이다.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과 장난기 가득한 모습의 그는 언제나 3단 카트를 끌며 이 교실, 저 교실로 옮겨 다닌다. 카트에는 무려 60개가 넘는 물건이 실려 있다. 색연필, 자석, 고무줄 등 문구부터 과자, 스티커, 뿅망치, 셀카봉, 인형까지 없는 게 없다. 영어교사인 그는 왜 이 많은 물건을 카트에 넣고 다닐까.

영어 두려워하는 아이들 모습 보며
게임과 놀이 접목한 수업 착안
뜨거운 반응에 교사 모두 카트 끌기도
가족여행 취소하고 참여하는 홈파티
학생·학부모 신뢰 쌓는 특별한 비법
“모든 개인 시간 수업 준비로 활용 …
기억에 오래 남는 선생님 될게요”


카트는 내 운명=양 교사는 “제 카트는 움직이는 영어교실”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판매하는 게 아니에요. 영어 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어요. 영어는 다른 수업과 달리 활동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준비하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네요.”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가르침 효율 등급 100%'라고 적힌 배지였다. “이건 제가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사용하는 거예요. 이걸 달면 자신감이 생기거든요(웃음).”

그가 카트를 끌고 수업을 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중학교부터 한 번도 재밌는 게임이나 활동으로 수업한 적이 없었고 그렇게 배웠더니 영어를 싫어하게 됐어요. 그래서 영어를 가르칠 때는 즐겁게 영어를 습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그가 겪은 시행착오도 한몫했다. 2010년 처음 부임했던 화천의 한 초교는 한 반에 학생이 4명인 작은 학교였다. 3년 동안 강의식 수업을 한 결과 영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2017년 부임한 만천초교에서는 아이들이 좀 더 영어에 대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게임과 놀이를 생각하게 됐다.

영어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카트를 본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카트 속 다양한 물건을 활용한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까지 생겼다. 그가 만천초교에 부임한 이후 4명의 영어전담 교사 모두가 카트를 끌고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서였어요. 진지한 수업이지만 아이들이 게임이나 놀이로 인식해 영어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고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영어교과 수업을 모두 놀이와 게임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교과 진도에도 맞춰야 하고 아이들의 영어 실력도 그만큼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철저한 수업 준비가 필요해요. 수십 개의 게임과 놀이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수업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고, 게임과 놀이를 통한 수업으로 모든 교육과정은 최소 6번 이상 반복학습을 하기 때문에 수업 효과도 높을 수밖에 없어요.”

특별한 `홈파티' 초청=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양지혜 교사만의 `홈파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주 주말이면 제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홈파티를 연다. 하지만 누구나 초대받지는 못한다. “수업 중 활동이나 숙제 등을 잘하면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도장을 70개 정도 모으면 홈파티에 초대받을 수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과연 올까 반신반의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좋았다. 1년 동안 홈파티를 다녀간 학생만도 120~130여명에 달할 정도다. “특별한 건 없어요. 함께 과자도 먹고, 보드게임도 하고, 강아지와 놀기도 하고요. 하지만 미리 예정돼 있던 가족여행까지 취소하고 올 정도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홈파티에 왔다 간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해졌다는 생각에 수업 시간에 눈빛부터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모님들도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이제는 홈파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극한직업 영어전담 교사=그는 수업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모든 활동에 열정적으로 나선다. 영어교육연구회 `극한직업 영어전담'을 꾸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또 교내 영어연극 동아리에 이어 지난 한 해는 교내 댄스동아리 `프리틴즈'의 담당교사를 맡기도 했다. “사실 어려서부터 연예인을 좋아했고, 대학생 시절에는 자우림의 팬클럽 회장까지 할 정도로 연예인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끼를 살려줄 수 없을까 생각하다 내가 직접 기획사가 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난해 학기 초 학교에 오디션 공고를 붙이고 오디션까지 볼 정도로 열성적으로 임했다. “10명의 회원을 뽑는데 20명 이상 와서 사실 좀 놀랐어요. 선발된 10명의 아이와 함께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습도 했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난해 홍천 청소년 문화예술축제에 나가 은상을 받기도 했어요.”

`김봉두' 같은 교사를 꿈꾸며=그는 올해 춘천교대부설초교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아이들의 아쉬움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효주(만천초 5년)양은 “샘과 함께했던 즐거웠던 수업시간과 홈파티까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10년 차인 양 교사는 26세 늦은 나이에 춘천교대에 입학하고 2010년 초등교사가 됐다. 고향이 서울인 그가 강원도에 남게 된 이유는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선생 김봉두'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재밌게 공부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강원도에 남게 됐고 지금까지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매일 고민하고 공부하는 그에게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지금처럼 하루하루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 무엇보다 아이들 기억에 오래 남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글=장현정기자·사진=신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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