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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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5)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9.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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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죄송해요.”

내가 사과를 드려도 엄마는 화가 좀체 풀리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아마도 옆에 외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엄마는 회초리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바로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현아, 다음부터 거짓말하면 엄마한테 정말 혼난다.”

...”

내가 저지른 일도 아닌데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이상했습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전화를 받는 엄마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습니다.

, ,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 ...애들이 그럴 수도 있죠. 괜찮습니다.”

한참을 듣기만 하던 엄마는 괜찮다는 말만 자꾸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엄마는 내 곁으로 다가와 내 몸을 껴안았습니다.

현아, 엄마는 그런 줄도 모르고 너를 야단쳤구나.”

엄마...”

항아리야 새로 사면되지. 애들 안 다치기를 정말 잘 했다.”

외할머니도 무엇인가 눈치를 채셨는지 엄마를 달래는 듯 했습니다. 역시 뚱뚱한 몸집만큼이나 마음도 넓은 외할머니였습니다.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엄마 품에서 찔끔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우리 현이 많이 놀랐지? 괜찮다. 괜찮아. 그런데 왜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을 하지 않았니?”

엄마는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여셨습니다.

호준이는 불쌍한 아이예요. 부모님도 안계시고 학교에서도 맨날 장난꾸러기라고 선생님한테 혼나고 친구들도 공부 못한다고 호준이를 놀리거든요.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면 호준이는 또 야단을 맞을 테고 자존심도 상할 것 같아서요.”

그래, 그래. 그랬구나.”

엄마는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난 엄마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시더니 전화를 걸었습니다.

호준아, 우리 집에 와 볼래?”

엄마의 목소리에서 정이 듬뿍 묻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엄마는 엷은 미소로 호준이를 반겼습니다. 호준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나는 호준이의 힘없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호준아, 많이 놀랐지? 괜찮아. 내일부터 날마다 우리 집에 와서 우리 현이랑 같이 공부도 하고 놀아. 아줌마가 공부도 가르쳐 줄 테니.”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

엄마는 호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호준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는 따끈한 찐빵을 다시 내오셨습니다.

호준아, 많이 먹어라.”

하시며 호준이의 손에 건네 주셨습니다. 호준이가 맛있게 찐빵을 먹는 모습을 보자 내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호준이가 씨익 웃었습니다. 나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어버린 안타까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일부턴 항아리보다 더 소중한 기쁨을 안겨 드릴 일을 골똘히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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