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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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4)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9.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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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이 친구랑 잘 놀고 있었니?”

“....”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고 간신히 말했습니다.

친구가 왔는데도 간식도 못 차려 줬네. 잠깐만 기다려.”

엄마는 주방으로 가시더니 재빨리 장바구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습니다.

? ...”

나는 가슴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손 씻고 와. 찐빵 먹게.”

엄마는 접시에다가 큼직한 찐빵을 담아오셨습니다. 호준이랑 많이 먹으라는 말까지 잊지 않으시는 엄마였습니다. 엄마가 주방으로 물을 가지러간 사이 호준이는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호준아, 빵이라도 먹고 가거라.”

괜찮아요.”

엄마가 불러도 호준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호준이 녀석, 비겁하게 사과도 않고 도망을 가?’

나는 입 속으로 조그맣게 중얼거렸습니다. 호준이를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불끈 솟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도 좋아하는 찐빵을 앞에 두고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머리가 아파요.”

나는 핑계를 대고서라도 엄마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현이가 갑자기 왜 아플까? 잠깐 쉬면 괜찮아지겠지? 방에 누워 있어봐.”

...”

방으로 들어 온 나는 누웠다 앉았다 해봐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저녁이 되었습니다. 부엌에서 밥솥의 추가 빙빙 도는 소리가 내 귀에 똑똑히 들려왔습니다. 억지로 잠을 잘까 생각했는데 눈을 감으면 감을수록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촉촉이 배었습니다. 엄마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때였습니다.

현이 이 녀석 사고를 쳐놓고 가만히 있어. 이 녀석을 그냥...”

엄마는 방문을 홱 열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 깊은 잠에 빠진 사람처럼 코를 골았습니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엄마가 다시 방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말씀드릴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나는 오줌이 마려웠습니다. 억지로 참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금방이라도 오줌이 튀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도저히 참지 못한 나는 방문을 재빨리 열고 화장실로 달렸습니다. 일초만 늦었어도 젖을 뻔 했습니다. 화장실을 나오자 엄마가 팔짱을 끼고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따끔하게 야단을 맞을게 분명했습니다.

 

, 너 항아리를 깨놓고 모른 체 하기야? 이 엄마는 정말 실망이다. 실망이야.”

엄마의 목소리가 엄청 날카롭게 들렸습니다.

엄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사실은 사실은...”

침을 꼴깍 넘기며 마음을 굳게 먹고 호준이가 그랬다고 이러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자꾸만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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