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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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3)
  • 어린이강원일보
  • 승인 2019.09.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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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친구랑 조용히 잘 놀고 있어. 빨리 올 테니.”

나는 이 틈을 놓칠세라 눈을 씽긋하며 컴퓨터 게임을 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하얗게 눈을 홀기시며 딱 한 시간이라고 일렀습니다.

약속 지켜야 돼.”

.”

나는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엄마와 외할머니께 인사를 했습니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나가시자 나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호준이의 손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요즘 들어 게임이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준이도 제법 게임을 잘 했습니다. 정말 신나게 게임을 즐기는 얼굴이었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흘렀습니다. 시계를 흘깃 쳐다보니 벌써 엄마와 약속한 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나는 컴퓨터를 끄고 엄마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습니다.

호준아, 시간이 다 되었거든. 그만하자.”

현이야, 조금만 더 하면 안 될까?”

호준이는 길게 말을 늘였습니다.

안 돼. 우리 엄마한테 혼나.”

나는 게임을 더 하고 싶어 하는 호준이를 달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호준이의 장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호준이는 에잇하며 책상 위로 폴짝 올라가더니 씨이잉~’ 하며 창문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햇살 사이로 먼지가 풀풀 날렸습니다.

호준아, 시끄럽게 놀면 엄마한테 혼나.”

내가 큰 소리로 말해도 호준이는 들은 체 만 체였습니다.

나 잡아봐라.’

하면서 혓바닥을 쏙 내밀더니 안방까지도 들락날락하였습니다. 쿵쿵 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습니다.

호준아, 장난치지 말래도...”

그러나 호준이는 내가 그만 하래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 게임보다 더 신나게 장난을 즐기는 눈치였습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나는 얼른 소리 나는 쪽으로 가 보았습니다. 항아리가 깨진 것이었습니다. 호준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나 역시 얼굴이 화끈거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풀이 죽은 호준이는 머리를 벅벅 긁기도 했습니다. 나는 가느다랗게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더럭 겁도 났습니다. 그것은 외할머니와 엄마가 제일 아끼는 물건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할 말을 잊은 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호준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돌아오신 것이었습니다. 엄마와 외할머니는 아주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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